아침 공기의 쌀쌀함이 채 가시지 않은 11일 오전 8시40분께 경기 구리시 아천동 '고구려 대장간 마을'. 개장을 하려면 2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도 마을 입구 매표소에는 50명 가량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두 손을 외투에 푹 찔러 넣은 채 발을 동동 구르며 매표소가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사이타마 현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야나이 도요코(61ㆍ여)씨는 "욘사마(배용준)를 너무 좋아해, 욘사마가 주인공으로 나온 태왕사신기 촬영지인 이곳을 관광 코스에서 빼 놓을 수 없었다"며 즐거워 했다.
이날 대장간 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특히 운이 좋았다. SBS에서 방영중인 '자명고'의 촬영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 외국인 관광객들은 촬영장 주변에서 다음 관광 일정도 제쳐놓은 채 구경을 하는가 하면 보조 출연자들을 붙잡고 사진을 찍는 등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드라마 '올인'의 주인공 이병헌씨를 제일 좋아한다는 야마다 에이코(79ㆍ여)씨는 "요즘 일본 드라마는 줄거리도 시시하고 배우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아예 쳐다보질 않는다"면서 "한국 드라마는 거의 빼놓지 않고 다 봐 태왕사신기 촬영지인 이곳도 들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25일 개장한 고구려 대장간 마을이 학생 교사 등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3월11일 현재 누적 입장객 수는 모두 10만1,303명으로 이중 38.4%인 3만8,943명이 외국인이다.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는 일본인이 59.6%로 가장 많았고 태국ㆍ싱가폴ㆍ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관광객이 21.6%, 중국계(중국ㆍ홍콩ㆍ대만)가 18.3%를 차지했다. 10달 만에 4만명 가까운 외국인이 들른 것은 성공을 넘어 놀라운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대장간 마을의 이 같은 성공은 철저한 고증으로 비교적 완벽하게 옛 시설을 재현한데다 서울과의 접근성, 인근 양주시 대장금파크와 연계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또 4,990㎡에 불과한 작은 공간에 유적박물관과, 고구려제철소, 촌장집 등을 아기자기하게 갖춘 것도 일본인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당초 만만치 않은 반대의견에도 불구, 국내 고구려를 특화한 테마파크가 없고 한류 스타를 끌어들일 경우 상품성이 충분하다며 밀어붙인 박영순 구리시장의 뚝심도 한 몫 했다.
마을 관계자는 "최근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대형 버스 단위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몰려오고 있다"면서 "이들을 위해 전통놀이 등 체험과 인근 아차산 등반코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꾸준한 유인책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구리시는 관람객 10만명 돌파 기념으로 14일 오후 2시 대장간 마을 야외공연장에서 한류 난장 한마당인 '아리랑 난장'을 개최한다.
시 관계자는 " '아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경기 정선 서도 남도 밀양 등 팔도의 아리랑을 외국인들의 귀에 익숙한 라틴리듬, 기타연주 등으로 재구성 할 것"이라며 "공연 후에는 윷놀이 등 전래놀이 체험마당과 고구려 문화상품전이 펼쳐져 흥겨운 축제 마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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