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미사일(위성) 발사를 향해 뚜벅뚜벅 수순을 밟는 북한을 보면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정한 시한이 다가올수록 고민이 더 깊어지는 형국이다.
미국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다. 북한의 발사체를 요격할 지 여부, 발사 후 대북 제재를 어떻게 진행할 지 등이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처음 포착된 1월 말 요격을 장담했지만 최근 태도를 바꿨다.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은 10일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요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그 동안 "미국은 북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보여야만 요격의 정당성과 명분을 갖게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혀왔다. 블레어 국장의 발언은 북한 발사체가 미사일 궤적을 따르지 않을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 미국이 현실적으로 요격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고민 등을 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국제항공기구(ICAO) 등을 향한 북한의 관련 자료 통보가 이뤄지기 직전인 11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클린턴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다양한 대응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표현을 구사했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대북제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중국, 러시아를 의식한 표현이다. 방한 중인 6자 회담 러시아 수석대표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교부 차관은 12일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아닐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발사체가 무엇이든 안보리 1718호 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실제 하늘로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순간 미국이 직면할 가장 큰 딜레마는 북한을 향해 대담하고도 직접적인 외교를 구사하겠다며 다듬어온 대북 전략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일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에 적절한 명분을 제공해 점화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하는 총력 외교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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