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재판'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이 12일 대법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일 퇴근길에 "절대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힌 후 엿새 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난 신 대법관은 다소 핼쑥해진 얼굴에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오후 2시 신 대법관이 속한 대법원 3부의 선고재판이 열린 2호 법정에는 법원 안팎의 눈과 귀가 쏠렸다. 어쩌면 대법관으로서 그의 마지막 재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재판 시작과 함께 2분 가량 사진 촬영이 허용됐다. 플래시가 터지자 한 방청객은 "신성한 법정에서 이게 무슨 일이냐"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신 대법관은 같은 부에 속해 있는 박시환 안대희 박일환 대법관과 나란히 앉아 자신이 재판장을 맡은 사건에 대해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부담으로 한다"는 등의 주문을 낭독했다.
이날 선고된 민ㆍ형사 158건 중 신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사건은 모두 26건. 지난달 대법관이 된 후 앞서 한 차례 선고재판에 참여했지만, 주심을 맡지는 않았었다. 신 대법관은 주문을 낭독한 데 이어 "이상으로 오늘 판결선고를 마칩니다"며 정리 코멘트를 한 뒤 다른 대법관들과 함께 서둘러 법정을 나갔다.
한편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이날 촛불재판 개입의혹에 대한 보강조사와 자료검토를 계속했다. 신중한 판단을 위해 '재판압력'의 기준에 대한 외국의 사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이번 주말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16일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장의 임의적인 사건 배당'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3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전국 수석부장판사 회의는 조사결과 발표 이후로 연기됐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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