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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엔화로 제주도를 사라"는 오만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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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엔화로 제주도를 사라"는 오만한 발언

입력
2009.03.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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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대표가 "엔고 기회를 살려 제주도를 사버리라"는 해괴한 말을 한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었다. 오자와 대표는 지난달 일본최대 노동단체 렌고의 사사모리 기요시 전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사사모리 전 회장이 "대마도가 원화 경제에 매점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하자 "그런 게 걱정되면 지금이 좋은 기회다. 엔고니까 제주도를 사버리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사실이라면 이만저만한 충격이 아니다. '제주도를 사라'는 말부터가 그렇다. 외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가 문제될 게 없고, 오히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일반론은 특수한 역사

적 경험에서 비롯된 한국민의 '영토 감정' 앞에서는 통용될 수 없다. 또 특정 도서에 대한 전면적 경제 진출은 독도 문제와 겹쳐 '침탈'에 대한 악몽을 일깨우고도 남는다.

그런 발언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정치인의 입에서 나왔다면 더욱 그렇다. 이웃나라 국민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전혀 배려할 줄 모르는 인물이 일본의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망언'과 멀지 않은 그의 과거는 우려를 더욱 크게 한다. 그는 자민당 간사장이던 1990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과거사 사죄 문제와 관련, "늘 땅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릴 필요가 없다"고 말해 거센 논란을 불렀다. 이어 95년 신진당 당수 선거 때는 한중 양국에 대해 "정치적 의도로 반일교육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 취지가 보도내용과는 다르다는 해명에도 의혹이 가시지 않는 것은 이런 전력 때문이다. 사사모리 전 회장은 "일본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당연한 일을 새삼스럽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고, 오자와 본인도 "토지 매입은 자유니까 대마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자와 대표는 정치지도자의 부주의한 발언이 이웃과의 관계에 얼마나 큰 평지풍파를 일으키는지를 깨닫고 스스로 입 단속에 각별히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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