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차 세계 델픽 대회(The Ⅲ Delphic Game)'를 아시나요? 저도 최근에 어느 교수와 사석에서 이야기하다가 금년 9월 9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여쭤보는 것입니다.
이 대회는 기원전 6세기경부터 기원 후 394년까지 계속되었던 그리스 축전입니다. 올림픽이 제우스신에게 바치는 스포츠 축전이라면, 델픽은 아폴로신에게 바치는 예술 축전이지요. 그럼에도 생소하게만 들리는 것은 1994년부터 부활 운동이 일어나 2000년도에 모스크바에서 제 1회 대회가 열렸고, 2005년에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2회 대회가 열린 일천한 역사 때문일 겁니다.
제 3회 대회가 우리나라로 결정된 것은 2006년 3월 31일 요하네스버그의 상임이사회에서입니다. 당시 경쟁 지역은 4대 문명의 발상지 가운데 하나인 뉴델리였습니다.
대회 내용이 전통과 민속, 음악, 공연, 시각, 언어, 생태 환경 분야라서 그 쪽이 더 유력했지만, 1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한 열의와 분단국가이면서 '평화의 섬'을 추구하는 제주도의 개최가 대회 정신에 더 부합한다는 우리 주장이 주효했기 때문입니다. 델픽 본부(IDC)가 이 점을 중시했다는 건 그 후 사무총장 키르쉬가 북한을 방문하여 강능수 문화상으로부터 대규모 예술단을 파견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 대회명조차 몰랐던 게 부끄러워 인터넷 검색을 해봤지요. 그런데, 중앙 언론들은 모두 침묵하고 있대요. 그리고 제주 모 신문은 사설로 '이미 절반은 실패한 대회'라면서, '한라문화제'수준밖에 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유치할 때 100억원의 예산으로 100여 개국 3,00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해 경연을 벌이겠다고 약속하고도 60억원으로 축소하고, 정부 지원금 20억원도 15억원으로 줄고, 도비와 민간투자 20억원은 아직도 불투명한 상태이며, 초청 인원도 400명으로 축소하고, 델픽 본부와 소통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그 신문의 독단적 해석이 아니라는 건 델픽 대회 사무총장의 불평을 들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한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세 차례나 공한을 보냈지만 한 번도 답장을 받지 못했고, 제주도청 홈페이지에는 배너 광고조차 걸리지 않았으며, 두 차례 열린 베를린 '세계관광박람회(ITB)' 한국관에는 안내 팸플릿조차 비치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회 9개월을 앞두고 지난 해 11월 하순에야 '한국측 준비위원회'가 조직된 것만 봐도 왜 불평했는가는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웬 축제 타령이냐고요? 아닙니다. 현대는 문화가 경제를 결정하는 시댑니다. 이왕 유치한 대회라면 세계 문화 올림픽답게 치러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현대 델픽의 출발은 한국이라는 칭찬을 들을 때 '한류 바람'이 다시 일어나고, 관광은 물론 우리 경제도 되살아 날 것이기에 거론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계획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니 대회 만찬장 하나를 소개할까요? 대회장 부근인 <분재예술원> 에서 열면, 경연 가운데 생태 환경이라는 분야가 있고 우리의 전통 예술 중 하나인 분재 예술을 소개할 수 있어 호텔에서 여는 것보다 대회 취지에 부합할 것 같아서요. 제가 2001년 <한일 시인대회> 를 개최할 때 이곳의 언덕과 분수와 정원을 이용하여 시낭송과 퍼포먼스와 음악을 곁들여 만찬을 열었더니 모두 '뿅'가기에 귀띔해 드리는 겁니다. 그때 전 '분재는 나무와 세월과 인내로 쓴 시고 그림이고 조각'이라고 만찬사를 했지요. 한일> 분재예술원>
尹石山 시인·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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