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공개처형이나 고문이 여전히 성행하는 등 주민들의 인권은 여전히 음지 속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대학원대학교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탈북자 1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북한인권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가 북한 주민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한 것은 2004년 이후 5년 만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응답자의 76%는 공개처형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78%는 구금시설에서 고문과 구타 등 가혹행위가 이뤄진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북한에서 수감 경험이 있는 한 탈북자는 “몽둥이로 맞다가 질식했다. 너무 때리니까 단번에 얼굴이 두 배로 불었다. 턱이 찢어지고 갈비에 금이 갔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또 굶어죽는 사람을 ‘직접 봤다’는 응답자가 58%, ‘소문으로만 들었다’ 22%, '본 적이 있는 사람한테 들었다' 17%에 이르는 등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식량난은 아동 및 청소년의 인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동ㆍ청소년은 대체로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39%가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한다’고 답했으며, 26%는 ‘길거리에서 구걸한다’라고 대답했다.
사상과 종교의 자유 역시 취약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57%가 ‘알고 있었다’라고 답했고, ‘모르고 있었다’라는 사람도 41%였다. 인권위는 “사상범으로 몰리면 전 가족 혹은 당사자를 사전 통보나 재판절차 없이 끌고 가기 때문에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 상당수가 모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탈북자는 “2007년 형부가 중국에서 한국행을 기도하다가 체포되어 송환돼 온 집안 식구들이 조사를 받았고, 형부는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어느 수용소에 수감되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한편 인권위는 북한이 2000년대 들어 수사와 구속, 수감 등에 대한 법적 절차를 정하는 등 나름대로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탈북자를 심층 면접한 결과 2000년 이후 공개처형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정치범보다는 부정부패나 살인ㆍ인신매매ㆍ마약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공개처형이 한정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하지만 적극적 인권 개선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인권위의 전반적인 평가다. 인권위 관계자는 “체제 이완으로 인권에 대해 부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근본적 변화라고 하기에는 성급한 측면이 있어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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