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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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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꿈

입력
2009.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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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명순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이고 나면

어김없이 아프다

아버지 왜 이렇게 먼 곳까지 오셨어요

아버지의 쓸쓸한 생애는

부산 근교 함경남도 단천 동산에 묻히셨어요

얘야, 고향도 떠나왔는데 어딘들 못 가겠느냐

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

다시는 시를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픈 꿈의 머리맡에서 누가

이마를 짚어주는 듯했는데

밥 많이 먹으라고 언니의

안부 전화가 걸려왔다

이국에서 사는 많은 사람들은 이방의 말로 꿈을 꾼 적이 있을 것이다. 환율이 저렇게 미친듯 오르고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밝지만은 않을 때, 이국에 두고 온 가족들도 편치 않을 때, 심지어 꿈을 이국의 말로 꾸다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 고향을 떠나왔는데 어딘들 못 가겠느냐고 묻는다면?

그 꿈을 되새김질하면서 새벽에 문을 여는 이국의 빵가게로 가서 빵을 살 때, 아직 잠에서 덜 깬 빵가게 아가씨가 내가 이국어로 주문한 빵 이름조차 이해하지 못할 때 나는 자주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삶을 벗어 던지고 싶었다.

더 마음이 어려워질 때는 꿈 속에서 내가 이국말을 하는 게 아니라 문맹이었던 외할머니가 이국말로 돼지에게 먹이를 줄 때이다. 그때면 정말, 왜 이곳에서 사는가, 질문을 했다. 나는 모른다, 고향을 떠나갔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성지(聖地)처럼 그리워하지만 끝내 못 가듯. 일상은 고향보다 더 막막하고 집어치우고 싶은 성지이므로.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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