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석방된 아프가니스탄 인이 남부 아프간에서 탈레반 지휘관이 돼 미군을 공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내년 1월까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지하기로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AP통신은 관타나모 수용소 석방자 압둘라 굴람 라술이 현재 남부 아프간에서 탈레반 군 지도자로 활동하며 미군 시설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고 익명의 정보기관 관련자를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 등은 라술 등 13명을 2007년 12월 아프간 정부에 인도했고 아프간 정부는 이들을 석방했다고 확인했다. 라술은 2001년 아프간 북동부 콘두즈에서 붙잡혔다.
체포 당시 그는 알카에다가 시한폭탄으로 사용하는 일본제 시계 2개를 휴대하고 있었지만 주머니가 없는 동료를 대신해 시계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자신은 탈레반의 강요에 의해 무기를 운반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며 관타나모 법정에서는 "고향에서 가족과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관타나모 석방자 가운데 최소 18명이 전투 현장으로 복귀했고 43명은 테러 활동을 재개하는 등 60여명이 다시 테러 혹은 전쟁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데니스 블레어 미 국가정보국장은 10일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풀려난 사우디아라비아인 2명이 예멘에서 알카에다 요원으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관타나모 수감자를 출신 국가로 이송하려는 오바마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02년 쿠바의 미군기지에 설치된 관타나모 수용소는 한때 800명 이상이 수감됐으나 이 가운데 실제 기소된 사람은 소수에 그쳤다. 지금까지 520여명이 석방 또는 다른 나라 교도소로 이감됐으며 현재 약 250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 이후 4개월 동안 관타나모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재판 절차를 중단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미 진행 중이던 재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일에는 스티븐 헨리 관타나모 법원 수석판사가 피고인 5명이 재판과정에서 9·11테러 참가를 자랑스럽게 주장하는 내용의 서류를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폐쇄 지시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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