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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신장 나눔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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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신장 나눔 릴레이

입력
2009.03.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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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자기 생명을 나눠주는 건데… 고맙고 사랑하고…."

정모(51ㆍ여)씨의 말을 듣고 있던 남편 유영서(56)씨는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려 고개를 돌렸다. 아내의 손을 꼭 잡은 유씨는 12일 아내에게 신장을 나눠줄 낯 모르는 이에게 고마워했다. 유씨는 그 베풂에 보답하기 위해 또 다른 이에게 신장을 내준다.

유씨는 아내가 병든 것이 자기 탓만 같아 괴로웠다고 했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 명예퇴직 해 퇴직금으로 전자회사를 차렸다가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2003년 아내와 함께 분식집을 냈는데, 무리하게 새벽장사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신장염을 앓던 아내는 2007년 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한 번에 서너 시간씩 주3회나 받아야 하는 혈액투석으로 피부에 반점이 생기고 우울증도 얻었다. 지켜보는 고통도 컸다.

그러다 지난 달 희망의 소식을 들은 것.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지만 다들 건강하게, 그리고 앞으로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며 잘 살았으면 해요." 아내 손을 꼭 잡은 유씨의 얼굴에 말간 웃음이 번졌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생명나눔 릴레이가 이어졌다. 서로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모르는 8명이 함께 엮은 릴레이 신장기증으로 11,12일 만성신부전증 환자 4명이 새 생명을 얻게 됐다.

사회복지사 백창전(50ㆍ여)씨가 뿌린 '사랑 바이러스'는 아내가 신장을 받으면 남편이 다른 이에게 기증하고, 신장을 받은 동생을 위해 형이 제 것을 내주는 감동의 릴레이로 번졌다.

"저보다 먼저 장기기증을 서약한 오빠는 물론 어머니와 고등학생 아들까지 흔쾌히 동의해줬는데, 서운하다 싶을 정도였어요." 이날 김모(48ㆍ여)씨에게 신장을 이식해준 백씨는 "제 작은 결심이 4명에게 새 삶을 주었다고 하니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뒤 대학원에 진학, 사회복지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다.

백씨에게 신장을 받은 김씨의 남편 정수영(51)씨도 이날 최모(38)씨에게 신장을 내주었다. 마산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정씨는 아내의 투병을 돕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나눔을 실천해왔다.

그는 같은 동네 독거노인 2명을 보름에 한 번씩 찾아 식사도 챙겨주고 고장 난 물건도 직접 고쳐준다. 그 덕분인지 두 아들 모두 의젓하게 잘 자랐다.

육군사관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이 엄마에게 신장을 주려 했지만, 신장을 떼면 군인의 길을 접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김씨가 한사코 말렸단다. 정씨의 나눔 욕심은 끝이 없다. "수술이 끝나면 신체기증 서약하러 갈 생각입니다. 작은 몸이지만 가능한 생명을 나눠야죠."

12일에는 최씨의 형(40)이 유영서씨 아내 정씨에게, 유씨가 김모(59)씨에게 신장을 나눠준다. 나눔 릴레이의 마지막 바통을 받는 김씨는 "이제 가장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이제 건강하게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오랜 투병생활로 가세가 기울자 아들은 대학 1년을 다니다 중퇴하고 취직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며 남편을 간호해온 아내 신영숙(52)씨는 "나도 신장이 좋지 않아 이번 장기기증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평생 은혜를 잊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존 시 신장기증은 한 해 평균 30건 정도 이뤄진다. 사후 기증이 아니라 살아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신장을 떼주는 것은 외국에서는 드문 일로, 지난해 미국의 장기구득기관연합(AOPO)의 연례행사에서 한국 사례를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정봉실 사랑의 장기증운동본부 상담팀장은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기증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반가운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 수술이 무사히 끝나 환자와 가족들이 웃음을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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