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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신영철 대법관… 청와대가 사퇴 말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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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신영철 대법관… 청와대가 사퇴 말렸나

입력
2009.03.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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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조사 중단을 요청하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던 신영철 대법관이 10일 다시 조사에 응했다. 하지만,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가부간에 어떤 결정을 내린 결과라기보다는, 여러 상황과 변수를 놓고 여전히 고심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조사에 응해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한 뒤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보고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결국 신 대법관의 거취는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가 예상되는 12, 13일께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도 헷갈리게 한 행보

신 대법관은 10일 오전 10시30분부터 하루종일 대법원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에게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대법원 청사 6층 법원행정처장실에서 이루어졌다. 신 대법관은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7층과 처장실이 있는 6층을 오가며 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법관은 이날 취재진을 피해 현관이 아닌 다른 곳을 이용해 출근하는 등 언론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조사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신 대법관이 사퇴를 표명할 것 같지는 않다"며 "하지만 여전히 사퇴 여부를 고심 중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전날 신 대법관의 조사중단 요청을 사실상 자진 사퇴의 신호로 받아들였다가 신 대법관이 이날 조사에 다시 응하자 상당히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대법원은 전날 조사중단 요청 사실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먼저 알렸고, "사퇴 의사로 볼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인하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사중단을 요청할 때는 분명히 사퇴의사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신 대법관에게 직접 사퇴를 종용하지는 못하는 입장이지만, 내심 자신사퇴로 이번 파문이 가라앉기를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 청와대 개입설도 솔솔

신 대법관이 사퇴를 적극 고려했다가 몇 시간 만에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대법관이 조사중단을 요청한 뒤 생각에 빠진 9일 밤 법조계 주변에서는 청와대 개입설이 급속히 확산됐다. 신 대법관이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청와대가 이를 말렸고 이 때문에 신 대법관이 마음을 고쳤다는 얘기였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그런 말 못 들었다"고 말했다. 대법원 고위관계자는 "대법원장을 비롯해 법원 내부에서 누구도 신 대법관에게 직접적으로 거취에 대해 묻지는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실제 대법원이 신 대법관의 사퇴여부에 대한 주도권을 뺏겼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촛불집회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측에서'신영철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대법원은 신 대법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면 실질적인 조사는 모두 끝내고 판단만 남겨놓게 된다. 그의 행위를 '부적절한 재판 개입'으로 볼 것인지, '정당한 사법행정'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조치가 달라질 것이다. 대법원은 후폭풍을 최소화하면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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