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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걸린 한미 FTA/ 美, 재협상이든 추가협상이든 한국에 압박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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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걸린 한미 FTA/ 美, 재협상이든 추가협상이든 한국에 압박 가능성 커

입력
2009.03.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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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협상을 하자는 건가. 아니면 추가협상이 필요하다는 암시인가. 그것도 아니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가.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수용 불가' 발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미국 통상정책을 책임지는 최고 관료가 직설적으로 한미FTA 재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커크 지명자는 9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은 이 협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고 나도 동의한다"며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합의안 인준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만 놓고 보면 재협상 원칙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올 만 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1월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오바마 당선자는 전임 정부가 협상한 한미FTA를 반대했고 지금도 계속 반대 입장"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커크 지명자도 이날 '공정경쟁' '규칙준수' 같은 표현을 수 차례 사용하며 재협상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인상을 주었다. 한미FTA 일부 조항에 미국에 불리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그러나 커크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재협상이나 개정이란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이 재협상을 하려고 한다고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의 발언이 한미FTA 재협상을 공식화했다기보다는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서 미국의 우려가 많고 환경ㆍ노동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종전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공정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한 점도 전면 재협상보다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일부 분야에서만 추가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추가협상은 기존 협상문구는 손대지 않고 지엽적인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예외조항 등을 두는 것이기 때문에 재협상보다는 부담이 적다.

커크 지명자의 발언이 의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인준을 받으려면 다수당인 민주당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춰야 하며, 미국 경제가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대중의 입맛에 맞게 통상문제와 관련한 강도 높은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커크 지명자가 이날 "공정한 무역이 이 나라 노동자 가족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곤궁에 처한 경제 주체들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해도 USTR을 이끌 수장이 한미FTA를 직접 겨냥해 '수용불가'라고 표현한 것은 정치적 수사로 보기에는 너무 톤이 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정부에도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이 필요하다는 압박을 넣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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