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타 이천수(전남)가 최근 그라운드에서의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프로축구의 개막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발단은 이천수가 지난 7일 광양에서 열린 FC서울과의 경기 때 0-6으로 크게 뒤진 후반 25분 동료의 헤딩 패스를 받아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가자 부심을 향해 '주먹 감자'와 '총쏘기' 제스처를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비롯됐다.
당시 주심과 부심은 이 장면을 보지 못해 즉각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TV 중계화면에 그대로 잡히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프로연맹은 10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6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60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특히 상벌위는 출장정지 기간에 열리는 세 차례 홈경기에서 경기 시작 직전 FIFA 페어플레이기 입장 때 기수로 나서라는 사회봉사 활동 명령도 함께 내렸다. 이천수 개인적으로는 굴욕적인 처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교에서 주는 상장을 보면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단정하여'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사람 됨됨이도 그에 못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했던 이천수의 기량이 제 아무리 낭중지추(囊中之錐.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어도 금방 드러난다)라 해도 모난 행동 마저 주머니를 뚫고 나오면 출중한 기량이 가려지고 '악동'으로 불리거나 문제아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이천수가 종료 직전 그림 같은 프리킥골을 성공시켰지만 그의 비신사적인 행동 때문에 빛이 바랬다.
이천수는 상벌위에 출두하며 '축구 선수 이천수, 인간 이천수의 앞길에 문제가 있다면 아픈 매로 가르침을 달라'고 반성했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적을 보면 진실성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라운드에서의 돌출행동이 처음이 아닌데다 올시즌 전남에 입단하며 백의종군 하겠다는 그의 다짐이 작심삼일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수원 삼성으로 1년간 임대됐으나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임의 탈퇴 형식으로 퇴출 당해 오갈 데 없던 이천수를 받아준 곳이 전남이었다. 이천수는 울산 현대 소속이던 2006년 10월22일 인천과의 경기에서도 심판에게 욕설을 퍼부어 6경기 출장정지 중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이천수는 당시 사회 봉사활동을 하며 참회했지만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고 지난해 수원에서도 훈련 불참과 코치진의 지시 불이행, 개인적인 돌출행동으로 쫓겨났다.
스포츠맨십은 선수 상호간, 또는 선수와 심판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 에티켓이다. 미국에서 요약 정의한 스포츠맨십을 살펴보면 ①규칙을 지켜라 ②패했다고 낙심하지 마라 ③승리에 도취하지 마라 ④경기를 즐겨라 등등이다. 규칙도 지키지 않았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은 이천수의 행동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스포츠는 대중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하며, 스타 플레이어는 그를 동경하는 청소년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 야구대표팀, 피겨의 김연아와 수영의 박태환이 좋은 예다. 돌출행동 외에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면 그라운드를 떠나라. 팬들은 일그러진 영웅의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 이천수는 이번 징계를 통해 먼저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운 뒤 진정한 스타로 거듭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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