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연(47) 우리은행 감독은 이달 초 여자프로농구 정규시즌이 끝난 뒤 구단에 사표를 제출했다. 계약기간은 5월말까지지만 후임 감독에게 길을 터준다는 의미에서 용퇴를 결정한 것이다.
지난 2년간 박 감독의 마음고생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전임 감독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뒤치다꺼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 와중에 팀은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말미 박 감독은 "지도자생활 23년째인데 지난 2년이 가장 힘들었다. 10년은 늙은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감독 자리에 있는 한 마지막까지 팀 정비에 힘을 쏟을 것이다. 구단을 위해서, 선수들을 위해서, 후임 감독을 위해서 그게 도리일 것"이라고 했다.
시즌 직후 구단에 사표를 제출한 박 감독은 석 달치 잔여 연봉도 받지 않기로 했다. 박 감독은 2007년 5월 연봉 1억7,000만원에 2년 계약했다. 따라서 박 감독이 포기한 연봉은 4,200만원 가량 된다.
신일고-연세대를 거쳐 실업 현대전자에 잠시 몸을 담았던 박 감독은 1987년 연세대 코치를 시작으로 여자 실업팀 현대와 외환은행, 서울 SK 등에서 코치를 지냈다. 2005년부터 2006년 말까지는 연세대 감독을 맡았었다.
온화한 성품과 농구계의 두터운 인맥을 바탕으로 지도자로서 명성을 쌓아왔던 박 감독은 2007년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았다. 팀 재건을 위해 죽을 힘을 다했지만 감독 한 명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박 감독은 지난주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은행 감독을 하면서 새삼 많은 것을 배웠다. 당분간 현장을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 코트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면 그때 다시 돌아가겠다"며 짐을 꾸렸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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