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리 ‘공언’한 대로 노란 점퍼 작업복 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안에는 노란 넥타이를 매고 새하얀 와이셔츠를 받쳐입었지만, 그래도 양복 정장에 넥타이를 갖춰 맨 국무위원들 틈에서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는 차림새였다.
농식품부 직원들은 이날 오전 내내 장 장관의 작업복 패션에 이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반응은 기대 이하.
농식품부 한 간부는 “이 대통령이 특별한 언급 없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며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주 뉴질랜드 방문길에 장 장관에게 “농식품부 장관이 왜 외교부 장관과 똑같이 넥타이에 양복을 입고 다니느냐”며 직접 ‘작업복’ 패션을 허락해줬으니, 내심 칭찬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사실 농식품부 간부들부터 작업복 패션의 효과에 대해선 반신반의하고 있다. 당장 농식품부 공무원들이 넥타이를 풀고 점퍼를 입고 일한다고 해서, 농업 개혁 문제가 더 잘 풀릴 것으로 믿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이상 ‘진의’가 무엇이든지 공무원으로서는 따르는 시늉이라도 낼 수밖에 없다. 장 장관도 외빈 접견 등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도 많다보니, 넥타이는 매되 점퍼만 입는 ‘비실용적’ 작업복 패션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식품부 장관의 ‘작업복 출근’에 여론도 분분하다. 네티즌 사이에는 “국방부 장관은 전투복에 완전군장, 기획재정부 장관은 팔토시에 주판을 들고 국무회의에 참석하느냐” “관용차량도 농식품부 장관은 경운기, 국방부는 탱크, 외교부 장관은 미국산 소로 바꾸라”며 패러디까지 돌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또다시 양복 차림을 허가해주기 전까지는 농식품부 장ㆍ차관들이 작업복을 벗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문향란 경제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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