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모 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신모(24ㆍ여)씨는 같은 해 10월 "아버지가 판사며, 미국 유명대학을 졸업한 중소기업체 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모(29)씨 말을 믿고 결혼을 약속, 세 달간 동거까지 했다. 하지만 김씨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고졸 학력에 직업도 없었다.
김씨는 신씨와 동거 중에 여대생 20여명에게 접근해 "어머니가 모 패션회사 책임자니 곧 취직 시켜주겠다"고 속여 성관계를 맺었고, 여성 6명으로부터는 옷값 명목으로 1,000만원을 뜯어냈다가 결국 거짓이 들통나 쇠고랑을 차게 됐다.
불황기에 취업이 어려워지자 조기 결혼을 선택하는 20대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노리는 '불청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유명 대학을 나왔다거나 자산가인 것처럼 신분을 속여 결혼까지 하거나 결혼할 것처럼 해 여성을 등치는 사기남들이 극성이다.
최근 결혼정보업체가 때아닌 호황을 맞을 정도로 결혼시장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26세 이하 여성 가입자 수가 2007년 같은 기간보다 147% 증가했다. 선우 역시 올해 1월 26세 이하 여성 대학생과 대학원생 가입자가 지난해 1월보다 160% 폭증했다.
전체 여성가입자 중 26세 이하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1년 사이 4.8%에서 11.2%로 배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여대생들이 취업이 안 된 상태에서 덜컥 졸업을 맞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 같다"며 "취업문이 꽁꽁 얼어붙어 아예 결혼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여성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를 틈 타 여성들을 상대로 한 사기 사건도 속출하고 있다. 이인철 이혼전문 변호사는 "지난해 가을 이후 사기 결혼으로 인한 소송과 혼인빙자간음 등을 상담하는 사례가 5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H(38)씨는 자신이 수백억원대 재력가라며 대학원생인 K(25ㆍ여)씨에게 접근, 휴대전화에 10억원이 입금된 통장 사진을 보여주고 성관계까지 맺었다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박모(26ㆍ여)씨는 사기 결혼을 당했다며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매인으로부터 미국 유학을 다녀와 벤처기업을 운영한다는 이모(36)씨를 소개받아 3개월 만에 결혼했으나, 이씨가 말한 경력은 모두 거짓이었다. 박씨는 "미국 아이비 리그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가 강남에 아파트가 3채를 갖고 있다고 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배신감에 곧바로 이혼 소송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강남에 집이나 빌딩이 있다는 식으로 과시하며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여성에 접근하는 남자는 한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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