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인턴과 협력사 인턴제 등 다양한 방식의 비정규직 채용안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갈수록 악화하는 경영 환경을 감안하면 신규 채용을 늘리기 어려운 형편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채용 규모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더 늘렸다는 게 이들 업체의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규직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데다, 인턴 양산은 잠재적인 실업자만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삼성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5,500명으로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7,500명을 채용한 것과 비교하면 2,000명(33%)이나 줄어든 것으로, 2002년 신입사원 채용 수준이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각 계열사 경영계획에 나온 채용 인원을 취합해 보니 4,000여명 정도 밖에 안 됐다"며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여론 등을 감안, 사장단협의회가 각 계열사에 채용 규모를 늘려 줄 것을 권고하고 이를 각 사가 수용함으로써 1,500명을 더 뽑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당초 전년 대비 3,500명 줄어들 상황이었으나, 그나마 2,000명 축소로 그쳤다는 설명이다.
삼성은 또 대졸 신입사원과는 별도로 청년인턴제를 처음 도입키로 했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구직자 중 2,000명을 선발하는 청년인턴제는 4월 이후 각 사별로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뽑을 계획이다. 월급은 150만원 안팎, 근무 기간은 3~6개월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대졸 신입사원 5,500명과 청년인턴 2,000명을 합할 경우 수치상으로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채용 규모를 유지하게 됐다.
앞서 LG도 당초 계획(3,000명)보다 1,000명 많은 4,0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5,000여명보다는 20% 이상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기능직 2,000명을 함께 뽑겠다고 한 만큼, 대졸 신입사원과 기능직을 합하면 6,000명이 돼 지난해보다도 늘어난다.
포스코는 올해 새로 뽑는 정규직이 2,000명으로 지난해와 같지만, 계열사 및 협력사와 함께 1,600명의 인턴을 추가 선발키로 했다. 연령엔 제한(19~29세)이 있지만 학력엔 제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올해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SK의 경우 1,800명의 협력업체 인턴을 선발하는 것이 눈에 띈다. 근무는 협력사에서 하지만 봉급은 SK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창출과 대ㆍ중소기업 상생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지난해 500명의 아르바이트생(1개월)을 뽑았던 한화는 올해 300명의 대졸 인턴사원(3~6개월)을 채용키로 했다. ㈜효성도 지난해에 비해 10% 늘어난 66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인턴제도 처음으로 도입, 50명을 뽑을 계획이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이 대부분 인턴 사원으로 채워지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인턴의 경우 길어야 6개월이 고작이고, 그 이후엔 다시 실직자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턴 경력에 대한 우대도 없다. 삼성 청년인턴의 경우 지난해 이전에 졸업한 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올해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입사원 채용에는 아예 응시할 수도 없다.
하지만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정규직 위주로만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A사 임원은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에 직면해 생존을 최우선시할 수 밖에 없는 기업의 상황과 일자리를 늘려 달라는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기업의 고민"이라며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의 투자와 고용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측면의 이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팀장도 "지금은 사실 기업들이 인력을 줄여야 할 때인데도 사회적 여론을 의식, 무리해서 채용을 늘리는 상황"이라며 "인턴의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마저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