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 난제가 쌓여가고 있다. 고질적인 친이ㆍ친박 갈등이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자, 이번엔 외부 변수들이 터지고 있다. 정치적 결단만으로 풀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이래저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은 '슈퍼 추경' 문제다. 4월 임시국회에서 가능한 빨리 처리할 방침이지만 야당은 선(先)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 여당의 터무니없는 경제성장률 전망치 때문에 추경이 불가피해졌고, 예산안 심의 때는 야당의 서민생활 안정예산 반영 요구를 무시했다는 게 이유다. 특히 성장률 전망과 관련해선 거짓말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여권 입장에선 경우에 따라 대국민 사과를 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 MB노믹스의 바탕인 감세정책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부자감세 논란을 무릅쓰고 세수를 줄여놓고 이번에 30조원 안팎의 추경을 편성하면 결국 중산층ㆍ서민의 부담만 커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의 신규투자 회피로 감세정책이 투자 촉진용이라는 논리마저 흔들리고 있다.
한 정책통 의원은 "추경을 30조원대로 짜면 본예산의 적자국채 발행 예정액, 올해 세수감소분 등을 합쳐 적자국채 발행액이 총 60조원대에 이른다"며 "정책기조에 대한 반성 없이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압력 파문도 결과적으로는 여권에는 악재다. 사법부 안팎에서 비판여론이 커지고 신 대법관의 거취도 유동적인데,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신 대법관을 적극 옹호함으로써 논란의 한 축을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사법부를 향해 색깔론까지 제기한 것도 논란거리다. 이번 파문을 사법부의 독립성 확보 계기로 삼기보다 구시대적 색깔공방으로 변질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된 것이다.
갈수록 꼬여가는 남북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 여당은 일관되게 "지금은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과도기이며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대남 강경책"(현인택 통일부 장관)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주문하는 홍 원내대표처럼 상황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북한이라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당장 '북한 리스크'가 경제위기 극복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을 주장한 것도 여권에겐 또 다른 고민거리다. 겉으로야 자주국가임을 강조하며 조기비준 입장에서 물러설 기미가 없지만, 한미관계의 무게를 생각하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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