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열풍에 CJ제일제당이 결국 설탕값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CJ는 지난 6일 발표했던 설탕값 15.8% 인상 방침을 유보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CJ 관계자는 "환율이 다시 안정세로 돌아선데다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탕값 인상계획 유보의 직접적 원인은 확산되는 설탕 사재기 바람과 이로 인한 세간의 눈총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따르면 CJ가 설탕 제품의 출고가를 15.8%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설탕 매출은 전 보다 3배 이상 뛰어 올랐다. 특히 지난 주말(7~8일)에는 무려 2억원 어치나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0%나 늘었고, 몇몇 점포에서는 아예 설탕이 없어서 못 파는 사태까지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이 오르기 전 물건을 사두려는 전형적인 사재기 행태가 벌어진 것이다.
CJ제일제당은 9일부터 설탕 값을 올리기로 했으나 실제 소비자 가격에 적용되려면 보통 15~30일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시장에서는 오른 가격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설탕 값 인상 유보로 앞으로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원가 부담을 계속 떠안아야 한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율 상승으로 인해 그 동안 2,000억 원 환차손을 입었다"고 말했다.
한편 삼양사도 설탕 출고가격 인상 방침을 세우고 인상 폭과 시기를 검토 중이었지만, CJ가 가격인상계획을 유보한데다 또다시 사재기 분위기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값을 손대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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