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때 미국으로 이민한 중국계 미국인 여성 케이티 시아오는 늘 자신이 미국화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양 혹은 라틴계 남자 친구들과 사소한 문화적 차이로 몇 차례 결별하면서 그는 자신이 생각보다 '중국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아오는 이제 아시아계 남자를 만나고 싶어한다.
워싱턴포스트가 다민족 국가의 이민자 자녀들이 다른 민족 혹은 다른 인종을 선택하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실제로는 같은 민족, 같은 인종과 결혼하고 싶어한다고 8일 보도했다.
신문이 인용한 젠차오 키안 오하이오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1990~2000년 아시아계의 경우 타인종과 결혼한 사람이 42%에서 33%로 감소했고, 라틴계는 27%에서 20%로 줄었다. 대니얼 리치터 코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민자 자녀들이 같은 민족 혹은 같은 인종 출신과 결혼하려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으며 실제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리치터 교수는 그 이유로 이전에는 이민자가 적어 같은 민족을 만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이민자가 많아져 같은 민족과 결혼하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타민족 혹은 타인종이 자신의 전통을 이해하지 못할까 우려하는 것도 동족 배우자를 선호하는 중요한 이유다. 워싱턴의 한 인도계 여성(27)은 미국의 문화에 매우 익숙해져 있지만, 가족 구성원 각자 번 돈을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인도의 전통을 다른 민족 남성이 이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인도 남성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워싱턴에 사는 또 다른 인도계 바브나 판티트는 "유년기에 미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인도의 전통과 유산을 거부했지만 29세가 된 지금은 뿌리 찾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판티트와 같은 사람이 늘면서 인터넷에는 같은 민족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년 시절 모국과 미국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은 이민자 자녀들이 자신의 뿌리를 공유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어하기 때문에 동족 결혼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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