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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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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

입력
2009.03.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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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거의 텅 비어 있다. 사실적인 장치는 없다. 대신 빛과 색채가 공간을 채운다. 간결하고 추상적이지만, 무척 아름답다.

국립오페라단이 10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마술피리'는 독특한 연출로 현대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살로메'의 무대와 의상을 맡았던 코너 머피가 조명디자이너 폴 케오건과 함께 작업한 이 작품에서, 색채는 각 장면의 의미를 압축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파랑('밤의 여왕'의 세계)과 노랑(현자 자라스트로의 세계) 사이 다양한 색채를 변주하고 마지막은 흰색으로 완전한 정화 또는 미덕의 완성을 가리키고 있다.

또다른 중요한 상징은 문이다. 문은 무대막 위에 빛으로 움직이는 드로잉을 하거나 사각틀의 테두리를 형광등으로 둘러 표현했는데,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이자 이상이나 희망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상도 새롭다. 뱀에 ?기다 다친 타미노 왕자를 구하는 밤의 여왕의 세 시녀는 외과의사와 수술실 간호사 차림이고, 왕자와 공주는 양복에 바지를 입었다.

연출가 마이크 애쉬먼은 기존 '마술피리'에서 흔히 보던 선악의 이분법을 버렸다. 밤의 여왕은 파멸하지 않는다. 자라스트로의 세계도 절대선으로 그리지 않았다.

자라스트로가 이끄는 지혜의 사원 남자들은 위 아래로 온통 노란 양복에 노란 중절모, 검은 가죽장갑 차림으로 등장, 신성한 공동체가 아니라 우스꽝스런 조폭 집단처럼 보인다.

그는 극중 곳곳에 슬쩍 유머를 끼워 넣고, 정치적 코드도 배치했다. 예컨대 지혜의 사원 남자들이 팔에 두른 완장은 파시스트를, 왕자와 공주가 마지막 시험을 받는 공간은 나치의 가스실을, 밤의 여왕 일행이 자라스트로의 세계로 잠입할 때 걸친 외투는 전투용 위장복을 연상시키며 관객을 긴장시킨다.

이처럼 새로운 무대는 '가족 오페라' 또는 '어린이 오페라'라는 이름으로 동화적 요소를 강조하던 기존 '마술피리'와는 크게 다른 것으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번 공연의 주역 가수는 새 얼굴이 많다. 10일 출연한 박성근(타미노 왕자), 이상은(파미나 공주), 나유창(파파게노)은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해온 젊은 성악가들인데, 역할에 딱 맞는 만족스런 노래와 연기로 국내 무대에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지휘자(요하네스 슈테르트)와 오케스트라(팀프 앙상블)가 찰떡궁합을 이뤄 들려준 연주와 합창(국립합창단) 또한 최상급이었다. 공연은 15일까지.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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