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범인인 김현희(47)씨가 11일 “나는 더 이상 가짜가 아니다”며 “KAL기 폭파 사건은 북한의 테러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ㆍ한국명 이은혜)씨 가족을 만난 후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KAL기 폭파와 관련해 의문이 많다’는 질문에 “일부 유가족이 북한이 (테러)한 증거가 없다고 의혹을 얘기하는데 20년이나 지난 사건을 아직도 누가 했는지 모른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씨는 91년 이후 18년 만에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97년 결혼식 이후 12년 만이다.
김씨는 또 “97년 결혼 이후 사회와는 거리를 둔 채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며 조용히 살려고 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 그런 일이 있었는데 현 정부가 그 일을 조사하고 있다고 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북한이 86년 사망했다고 밝힌 다구치씨와 관련, “내가 87년 1~10월 북한 초대소에서 생활할 때 ‘다구치씨를 어디로 데려갔는데 어디인지는 모르겠다’고 들은 적이 있어 사망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며 “살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87년 KAL기 폭파 직후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90년 사면됐고, 이후 수기를 펴내고 외부 강연 등에 나서다 97년 결혼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언론 인터뷰와 공개 편지 등을 통해 “참여정부에서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공작원 시절 일본어를 가르쳤던 다구치씨 가족을 만나겠다고 밝혀 정부 주선으로 만남이 성사됐다.
부산=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