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엄호를 맡은 부대원들의 총구에서 요란한 총성이 울리자, 긴장한 채 기다리던 한미 해병대원들이 신속하게 목표물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공격 대상인 3층 건물 곳곳에 포진한 적들의 응사가 이어졌다. "MOVE, GO GO." 지휘관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적들의 수는 15명, 적 제압 및 건물 장악을 목표로 하는 한미 해병대는 60여명의 소대급 규모. 하지만 적들은 이미 건물을 장악한 채 이 쪽을 내려다보는 유리한 고지를 잡은 상황인 탓에 쉽지 않은 작전이다.
"삐이이익." 대원들이 착용한 마일즈(MILESㆍ다중통합레이저 훈련체계) 장비가 소리를 내며 잇따라 '사망'을 알린다. 건물로 진입한 대원들과 적 사이에 치열한 근접전이 벌어지고, 양측의 소총이 내는 굉음과 진입과 후퇴, 경계 등 작전을 지시하는 고함 소리가 한 데 엉키며 실전과 같은 혼란과 긴박감이 이어졌다. 대원들은 건물 곳곳에 쓰러진 사상자들을 넘어 한 층 한 층을 장악해 나갔다.
10일 오후 경기 포천시 영평리의 미군 훈련장인 로드리게스 사격장. 한국 해병대원 100여명, 미 해병대원 200여명이 참가하는 시가전 훈련이 벌어졌다. 9일 시작돼 20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 및 독수리 훈련' 중 하나다. 최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북침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그 훈련이다.
특히 이날 벌어진 시가전 훈련은 과거와 달리 이례적으로 근접 취재가 허용됐다. 훈련에 대한 북한의 비난을 감안, 훈련의 실상을 좀 더 공개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훈련에 참가한 부대는 미 해병 31원정기동부대(MEU·Marines Expeditionary Unit) 5연대 3대대 리마(L) 중대. 중대장인 에릭 올슨 대위는 "이라크에 전개됐다가 지난해 돌아왔으며, 부대원들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시가전을 비롯한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았다"고 소개했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31 MEU는 한반도 유사 시 즉각 증원되는 미군 전력 중 하나다.
3층 건물 장악을 목표로 하는 소대급 전투는 개시 25분 만에 끝났다. 15명의 대항군 전원은 사살되거나 생포됐다. 아군측 피해도 속속 집계됐다. 미군측은 7명 사망, 7명 부상, 한국군측에서는 3명 사망, 2명 부상이다. 네이트 존스 중위는 "성공적인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한미 해병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작전을 평가하며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한국 해병대원들의 전반적인 작전 수행에는 합격점이 내려졌지만, 건물 내에서 엄호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빨리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등 지적 사항도 빠지지 않았다.
같은 시각, 시가전 훈련장 내 위치한 주택, 소방서, 병원, 사무용 빌딩 등 10여 개의 건물 내에서도 일제히 비슷한 훈련이 진행됐다. 올슨 대위는 이날 훈련에 대해 "분대급 및 소대급의 건물 소탕 작전인 도시 지역 전투작전"이라며 "특히 한미 해병의 연합 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 특수부대의 후방 침투 등에 대비한 훈련인 셈이다. 특히 이라크전 등에서 경험했듯 미래의 전장에서는 도심 지역 시가전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게 미군측의 설명이다.
이날 로드리게스 사격장 앞에서는 키리졸브 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평화와통일을찾는사람들', 진보연대, 민주노총 등은 "한미 해병대의 시가전 훈련은 다름 아닌 평양 시가전을 상정한 훈련"이라며 "이번 군사연습이 명백히 북한 공격 연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해병대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북한군이 공격해서 내려올 경우를 대비해 미군 증원 전력과 함께 한국을 방어하는 훈련"이라며 "북한군 특수부대 등의 후방 침투를 가정한 것이지 북한을 침략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남한 전역에서 실시되는 키 리졸브 연습에는 해외 증원 전력 1만4,000명을 포함한 미군 2만6,000여명, 한국군 2만여명이 참가한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