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이라며 저마다 아우성치는 요즘. 경쟁이 없는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 즉 ‘블루슈머(블루오션+컨슈머)’를 겨냥한다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통계청이 10일 각 분야의 국가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2009 블루슈머 10’은 여느 해보다 더욱 눈길을 끈다.
■ 불황에 뜨는 블루슈머
고용 한파가 몰아치는 요즘 젊은층에게 가장 절실한 건 ‘백수 탈출’. 취ㆍ창업을 지원하는 서비스 시장은 불황을 잊었다. 인터넷 취업 지원 사이트 시장의 매출 규모는 2003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800억원으로 급속히 확대됐고, 이ㆍ미용, 요리 학원 등의 취업학원비는 2월 현재 2005년에 비해 19.3% 상승했다.
외환위기 당시처럼 무조건 안 쓰고 안 먹는 시대는 지났다. 대신 합리적 가격에 높은 효용을 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똑똑한 지갑족’이 늘고 있다. 중고품 구매나 대여 서비스가 각광을 받는 것은 물론 책을 구입한 후 일정 기간 내 기증하면 책값의 50%를 되돌려주는 ‘북 리펀드’ 제도, 오전에 공연을 하는 ‘모닝 연극ㆍ오페라’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경기 침체와 고환율 탓에 해외 여행 대신 국내 여행을 택하는 ‘내나라 여행족’도 올해 주목할 블루슈머다. 인터넷 쇼핑몰 G마켓의 작년 하반기 국내 여행상품 판매 건수는 상반기에 비해 81.3%나 증가했다.
■ 녹색을 겨냥한 블루슈머
이명박 정부의 키워드 중 하나가 ‘녹색’. 미국의 ‘에코맘’처럼 생활 속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소비 계층, 이른바 ‘녹색 세대’를 겨냥한 상품들도 인기다. 인터파크의 지난해 10월 자전거 매출액이 1년 전보다 91% 증가한 것이 대표적. 앞으로는 친환경 음식 용기, 물 절약 레버, 친환경 가스 스토브, 에코 쇼핑백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식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상황. 유기농ㆍ친환경 제품과 프리미엄 식품군을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0년 352개에 불과하던 친환경 농산물 취급 점포가 2007년에는 1,650개로 급증했다. 직접 만들어 먹는 홈쿠킹 상품도 갈수록 각광받는 추세. 유기농 과일즙 추출기, 친환경 튀김기, 오토매틱 아이스크림 제조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환경성 질환인 아토피,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의 질병이 매년 빠른 속도로 늘면서, 이른바 ‘가려운 아이들’을 위한 시장은 확대일로다. 친환경 청소제품, 새집증후군 방지 제품 등은 물론 아토피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녹차 판매도 늘고 있다.
■ 그 밖에 주목받는 블루슈머
불임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환자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 ‘아이를 기다리는 부부’들을 위해 불임 방지 요가 수업, 불임 방지 의자, 불임 방지용 남성 속옷 등의 상품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열풍을 등에 업고 외모에 관심을 갖는 ‘거울 보는 남자’도 증가할 전망. 로션, 스킨을 넘어 남성용 파우더, 남성 전용 BB크림까지 남성 화장품도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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