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을 둘러싼 통신업계의 마지막 대결은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대 전신주' 싸움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서울 광화문 방통위 청사에서 최시중 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 방통위 관계자, KT SK LG 케이블TV 협회 등 통신관련 업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KT 합병 심사를 위한 공식 의견 청취회를 가졌다. 이석채 KT 사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정일재 LG텔레콤 사장, 길종섭 케이블TV 협회장 등 양측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참석한 청취회는 장장 3시간에 걸쳐 날 선 공방전이 펼쳐졌다.
필수설비 분리하라
SK그룹과 LG그룹의 통신계열사들, 케이블TV 협회는 입을 모아 KT의 필수설비 분리를 요구했다. 필수 설비란 통신 케이블 설치를 위해 필요한 전신주와 매설용 관로 등을 말한다.
경쟁업체들이 이렇게 주장한 것은 KT가 보유한 필수 설비가 자신들보다 월등하게 앞서다 보니, 유선통신 분야에서 케이블 설치 등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유선과 무선통신이 결합하는 통신시장 추세를 감안하면 결국 KT의 필수설비가 이동통신 분야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KT의 유선 통신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이동통신 분야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필수 설비를 분리하거나 중립기관을 설치해 다른 사업자들에게 공정하게 빌려주는지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일재 LG텔레콤과 길종섭 케이블TV 협회장장도 "KT는 필수 설비의 독점력을 바탕으로 기존 경쟁구도를 독점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각 사들은 이와 별도의 요구사항도 제시했다. SK텔레콤은 인터넷전화의 번호이동 기간 단축을, LG텔레콤은 저대역 주파수 분배시 우선 배분을, 케이블TV 협회는 가상이동통신(MVNO) 사업을 통해 통신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와이브로와 3G 결합 서비스 내놓는다
경쟁업체들의 반대 논리를 이석채 KT 사장은 한마디로 일축했다. "세상에 필수 설비란 없고, 다 허상일 뿐"이라는 것. 그는 "필수 설비가 핵심이라면 경쟁 업체들은 사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법치국가에서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런 점에서 경쟁업체들이 주장하는 필수 설비 분리는 KT-KTF 합병을 막기 위한 반대 논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대신 이 사장은 합병의 필요성을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거대 담론으로 이끌어 냈다. 이날 그가 깜짝 공개한 카드는 바로 와이브로와 기존 3세대(G) 이동통신의 결합이다. 그는 "와이브로와 3G 이동통신을 결합해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를 내놓겠다"며 "이것이야말로 경제 위기를 뚫고 나갈 우리나라와 KT의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와이브로와 3G를 결합하면 아이폰이나 블랙베리를 능가할 성공적 단말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와이브로와 3G 결합을 통해 사람들의 운전행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현대자동차와 깊숙이 얘기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사장은 합병 후 통신비 인하도 시사했다. "유ㆍ무선이 결합하면 국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통신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통위원들에게 "현재의 서비스만 놓고 경쟁할 생각을 하면 우리는 나아갈 수 없다"며 "우리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3년 이상 뒤쳐진 만큼 KT는 모든 자산을 엮어서 한국 경제와 같이 뛸 테니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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