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고국에서 가수로 11년의 시간을 보낸 박정현(33)은 유난히 동안이다. 그래서 가끔은 김연아 선수의 외모와 비교될 정도다. 하지만 그의 음색과 노랫말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원숙하다는 점에서 한결같다.
호소력이 짙게 밴 R&B 풍의 목소리는 임재범과 함께 했던 1집 '사랑보다 깊은 상처'(1998)부터 지금까지 그의 한결같은 인기의 이유가 되었다.
때로는 발랄하게 노래하지만 그의 음악에는 의외로 늘 깊은 외로움과 슬픔이 숨어있다. 그래서 1990년대 말의 많은 청춘이 속된 말로 '테이프가 늘어지게' 그의 음악을 들으며 감정이입에 몰입하곤 했다.
최근 7집 '사랑을 말하는 10가지 방법'으로 돌아온 박정현의 음악은 역시 그의 상징인 슬픈 발라드가 주류이면서 모던록의 요소가 곳곳에 가미돼 한층 다양한 시도가 엿보인다. 9일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오랜만에 팝 분위기로 돌아온 음반"이라고 말했다.
멜로디보다 리듬이 앞서는 과거의 R&B 풍에서 벗어났다고 말한 박정현은 미국의 R&B 스타 니요의 예를 들었다. 재미동포인 그는 미국 음악시장에 대해 속속들이 밝은 편이다.
"니요의 음악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굉장히 멜로디를 강조한 R&B이기 때문이죠. 리듬을 다 펴고 통기타로 불러도 발라드의 느낌이 강한 음악,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추구했던 방향입니다."
그래서일까, 박정현의 신보에 담긴 9곡은 6집보다 더 쉽게 다가온다. 기교가 묻었던 과거의 음색도 많이 심플해졌고 요즘 대중음악의 최신 유행인 모던록 풍도 가미됐다.
스스로 작곡한 4개의 곡을 담아 본격적인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는 평을 들었던 6집에 비해 부담감도 적게 작용한 듯하다.
"전체적으로 제가 프로듀스하고 작곡에 참여하면서 6집은 홀로서기의 모습을 짙게 띠었죠. 이제 내가 혼자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깊었어요. 그런데 7집 준비를 딱 시작하려니까, 이대로 가면 제2의 6집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변화를 꾀하자. 답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었죠.
황성제, 조영수씨를 비롯해 러브홀릭스의 강현민씨가 참여해 모던록의 분위기를 살렸고 윤미래씨가 제 자작곡인 '나 같은 사람 너 같은 사람'에서 랩 파트를 피처링했어요. 여러 사람으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고 싶어서죠."
박정현의 음악은 슬픈 감정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의 음색이 슬픈 발라드와 잘 맞아서 그런 면이 크지만, 자작곡의 정서도 대체로 슬픔과 외로움이 강하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든 7집의 CD커버 이미지도 그렇다.
"보통 작곡하는 사람들이 동의하는 부분인데, 슬픈 감정이 있으면 훨씬 감상적이 되죠. 일부러 슬픈 생각을 하면서 노래를 만들곤 해요. 제 노래들은 대체로 슬프건 그렇지 않건 결론은 사랑고백으로 이어지죠. 이게 일관된 공통점이에요. 7집에선 아예 그런 특징을 앨범의 주제로 잡은 것이고요."
신보의 인트로는 조금 색다르다. 슬픈 발라드의 분위기와 상반된 '치카치카'가 재미있게 다가온다. "이번엔 실험적으로 순서를 특이하게 잡았어요. 오프닝 곡을 어떤 분위기로 갈지 고민도 많이 했어요. 사실 요즘은 앨범에서 곡의 순서가 그리 중요하지 않잖아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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