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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의 경제학, 불황을 모른다/ 기업들 스포츠마케팅 효과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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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의 경제학, 불황을 모른다/ 기업들 스포츠마케팅 효과 얼마나…

입력
2009.03.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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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성 골프계의 지존인 신지애(21)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위민스 챔피언스 대회에서 우승하자, 신 선수의 부모만큼 기뻐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다. 그간 증시 침체로 속앓이를 많이 했던 박 회장은 오랜만에 환하게 웃으며 "정말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업계에선 신 선수의 우승으로 미래에셋이 1,000억원 이상의 광고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만 해도 미래에셋은 오히려 신 선수에 대한 후원으로 적잖은 구설수에 시달려야 했다. 미래에셋이 신 선수와 연봉 10억원과 인센티브 5억원 등 5년간 최대 75억원의 후원 계약을 맺자, 고객들은 "펀드 수익률이 반토막 났는데 한가하게 골프나 후원할 때냐"며 항의와 불만을 쏟아냈다. 물론 신 선수의 우승 이후 이 같은 성토는 싹 사라졌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오히려 신 선수가 대역전승을 펼친 것처럼 펀드 수익률도 대역전승을 펼쳐달라는 격려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미래에셋이 신 선수의 LPGA 우승으로 스폰서 대박을 터트리며 '스폰서의 경제학'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불황기엔 스포츠 마케팅도 위축되기 마련이나,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전통적인 스포츠 마케팅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보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스폰서의 경제학을 가장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이다. 2005년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을 후원해온 삼성전자는 그간 스폰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실제 삼성전자가 첼시를 후원하기 전인 2004년 유럽에서 9.5%(4위)였던 삼성전자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008년 20.2%(2위)까지 확대됐다.

LCD TV 역시 2004년 12.9%(3위)에서 2008년 23.2%(1위)로 커졌다. 올림픽도 삼성 스포츠 마케팅의 한 축이다. 올림픽 후원에 참여한 10여년 동안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5배 이상, 휴대폰 판매량은 10배 가량 늘었다는 것이 삼성 추산이다.

LG전자도 프리미엄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영국의 풀럼 구단과 후원계약을 체결, 연간 600억원 이상의 광고 효과를 얻고 있다. 또 2007년 LPGA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 챔피언십에서 스잔 페테르슨을 후원함으로써 500억원 이상의 효과를 봤다는 게 LG 추산이다.

금호타이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보조 후원 계약(플래티늄 스폰서십)을 맺고 경기장 광고판 등을 통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현대차도 최근 피겨 김연아 선수를 통해 스폰서 효과를 봤다.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4개 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 선수가 우승하면서 트레이닝복에 새겨진 현대차 로고가 집중 노출된 것. 다만, 김 선수에 대한 현대차 후원은 국내로 한정돼 있어 아쉬움도 컸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이처럼 스포츠 마케팅이 각광을 받는 것은 스포츠는 만국공통어라는 데 기초한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소비자의 정보력이 커지면서 기업의 획일적인 광고나 홍보 메시지는 불신받고 무시되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스포츠 열기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 거부감이 없는 데다, 언어라는 장벽까지 뛰어 넘을 수 있어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화에 나서면서 스포츠 마케팅에 역점을 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스포츠 마케팅도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는다. 작년 4분기에 600억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의 손실을 기록한 AIG는 2010년 끝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후원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최근 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 경기에서 미국의 자동차 공룡 GM이 광고를 포기한 대신, 현대차가 5개의 광고를 내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예다.

강준호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 교수는 "경기 침체로 글로벌 기업들이 예산을 줄이고 있지만, 스포츠 마케팅은 광고와는 달리 중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불황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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