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미 증시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미 경기가 연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더해갔지만, 손성원(65)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전 LA한미은행장)는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 금융, 경제는 앞으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아무리 실물에 수혈을 해도 금융이 안정되지 않는 한 미국 경제는 '식물인간'과 다름 없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곪아터져 나올 곳은 많다"며 아직 글로벌 금융위기의 끝을 말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날 "금융시장이 안정될 경우 경기 침체가 올해 안에 끝날 가능성이 크고 2010년은 성장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손 교수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증시가 경기에 선행하는 것은 맞지만, 미국 경제가 올해 안으로 나아지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에서 출발된 미 금융부실이 이제는 우량대출, 상업부동산대출로도 확산되기 시작했고, 더욱이 경기 침체가 깊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채권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비관적 전망의 근거. 손 교수는 "요즘 LA에선 레스토랑에 손님이 없고 오피스빌딩도 비어 있는 곳이 많다. 투자은행(IB)을 넘어 상업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의 파산, 몰락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 이젠 경기침체를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시 금융도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측보다 미 금융시장 안정이 늦어지는 것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이유다. 손 교수는 미 정부가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6개월 동안 시장에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먼, AIG, 씨티처럼 일이 터진 곳에 불끄기에만 급급할 뿐, 미 정부가 어떤 목표를 갖고 금융시장 구제에 나서는지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정권 교체가 맞물리면서 경제팀 구성도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며 "한번 떨어진 신뢰는 시간이 갈수록 회복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