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랍주조법으로 제작된 금속활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9일 "그간 존재 여부가 확실치 않았던 밀랍주조 금속활자를 조선시대 금속활자 '임진자(壬辰字)'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금속활자는 조선시대 '용재총화'에 기록된 주물사(鑄物砂)주조법으로 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왔다. 밀랍주조법은 주물사주조법에 비해 훨씬 정교한 활자의 형태를 만들 수 있다.
학계에서는 밀랍주조법으로도 금속활자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었지만, 관련 기록이 없는데다 밀랍주조법의 특징을 가진 금속활자도 이제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을 찍어낸 활자도 밀랍주조법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입증할 길이 없었다.
주물사주조법은 나무 활자에 주물사를 붓고 다진 후 뒤집어서 활자를 빼낸 다음 빈 공간에 쇳물을 붓는 기법이다. 주로 모양이 단순한 것을 만들 때 사용한다. 밀랍주조법은 밀랍으로 모형을 만들어 진흙을 덮어씌운 뒤, 열을 가해 밀랍을 녹여 빼내고 그 공간에 쇳물을 넣어 만든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임진자는 1772년(영조 48) 임진년에 주조한 활자로, 옆면 부분을 보면 둥근 주조결함(鑄造缺陷) 아래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사선들이 지나가고 있다. 주조결함은 금속이 굳을 때 가스 방출로 생기는 돌기다.
박물관 보존과학팀 박학수씨는 "몸체 표면의 사선들은 주조결함이 생기기 전, 즉 주조하기 전에 이미 거푸집에 그 모양이 있었던 것"이라면서 "이는 거푸집에 들어있는 모형을 열을 가해 녹여내는 밀랍주조법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주물사주조법의 경우 거푸집에서 수직으로 꺼내기 때문에 기울어진 선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대한금속재료학회가 발간하는 격월간 '금속ㆍ재료 분야 국제학술지'(Metals and Materials International) 최근호에 게재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발견으로 '직지심경'이 밀랍주조법으로 제작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으며, 금속활자 복원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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