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히스 레저가 올해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은 '다크 나이트'. 1월 22일 서울 행당동 왕십리CGV 아이맥스관에서 재개봉해 27일간 5,000명의 관객을 다시 모았다.
재개봉 좌석점유율은 50%. '좀 된다' 하는 영화들의 평균 좌석점유율이 30% 가량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지난해 8월 개봉 당시 이 영화에 흠뻑 빠진 관객들이 마치 성지 순례하듯 재관람에 나서면서 거두게 된 성과다.
아이맥스관에서 돌풍을 일으킨 '다크 나이트'는 2월 19일 전국 60여 곳서 정식 재개봉해 3만명 가까운 관객들과 다시 만났다.
■ 극장에서 보고 또 보고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재개봉 바람이 국내 극장가의 뚜렷한 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재개봉이 극장에 짭짤한 수입을 올려주는 틈새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개봉됐다가 8년 만인 1월 22일 재개봉 된 프랑스 영화 '타인의 취향'은 최근 재개봉 영화 중 가장 성공한 경우다. 서울 대현동의 137석 예술영화전용관 아트하우스모모에서 하루 1,2회 상영, 한 달 보름새 5,000여명이 관람했다.
'타인의 취향'의 재개봉 초기 좌석점유율은 무려 80~90%. 요즘도 1회당 70~80명은 족히 관람한다. 아트하우스모모를 운영하는 영화사 백두대간이 종영일을 아직 염두에 두지 않을 정도로 관객들 반응이 좋다.
백두대간의 전지영 과장은 "'타인의 취향'은 2001년에 5만명이 볼 정도로 화제가 됐던 예술영화"라며 "불법다운로드가 범람하고, DVD가 출시돼 있어도 관객들은 좋은 영화를 역시 극장에서 보려는 듯 하다"고 말했다.
청춘멜로에 뱀파이어물을 혼합한 '트와일라잇'도 2월 26일 재개봉 대열에 합류, 6,000여명의 관객을 새로 만났다. 홍보사 오락실의 이보라 대표는 "새로 개봉한 영화들보다 좌석점유율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 묻힌 수작 재발견 기회
재개봉은 새로운 수익원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묻힌 수작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평단에서 지난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꼽힌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은 1월 29일 신사동 스폰지하우스압구정에서 재개봉, 930명의 관객과 추가로 만났다.
'밤과 낮'은 지난해 2월 28일 개봉, 전국서 1만명 가량이 관람했었다. 스폰지하우스압구정 관계자는 "지난해 너무 빠른 종영으로 관람을 못한 관객들의 문의가 상당이 많았다"며 "주말엔 좌석점유율이 50%에 달했다"고 말했다.
중고 영화들이 선전을 거듭함에 따라 재개봉 릴레이도 지속 될 전망이다. 백두대간은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위선의 태양'(니키타 미할코프), '현 위의 인생'(천카이거), 안토니아스 라인'(마를렌 고리스), '원더풀 라이프'(고레에다 히로카스), '화니와 알렉산더'(잉마르 베르히만) 등의 명작들과 관객들의 재회를 추진하고 있다.
멀티플렉스도 재개봉을 중ㆍ장년 관객 유치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상규 CGV 홍보팀장은 "중ㆍ장년층은 점심 전후로 관람시간대가 따로 있다"며 "이들을 위한 재개봉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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