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성원씨가 맞은편 아파트로 이사온 지 일 년이 넘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면 12층 그의 집 창문이 올려다보인다. 가끔 창의 불빛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저녁 때 불이 꺼져 있으면 잠깐 외식을 갔겠거니 사나흘 불이 꺼져 있으면 여행을 갔겠거니 거실과 부엌, 작은 방까지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면 그날은 친구를 좋아하는 그의 집에 손님이 온 날이다. 그의 부인인 김태정씨와 친구가 된 것은 둘 다 소설을 좋아하고 또래의 아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몰래 남편들 흉을 보는 사이가 되었다. 새벽 두 시가 넘도록 작은 방의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이 아이들 다 재우고 난 김태정씨가 책을 읽고 글을 쓰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종종 베란다로 나가 그 불빛을 본다. 아기를 키우면서 글을 쓰던 십여 년 전이 떠오른다.
아기는 꼭 마감을 코앞에 두었을 때 아팠다.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했다. 아기가 낮잠을 잘 때 잠깐잠깐 노루잠을 자곤 했다. 그때 한 일간지의 기자가 내게 주부작가라는 호칭을 붙여주었다. 주부작가의 고단함을 그 기자는 알고 있었을까. 김태정씨는 서너 시간 아기를 맡길 놀이방을 알아보다가 세 돌이나 지나면 보내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의 힘은 커피 네 잔. 오늘도 밤 늦도록 불은 켜져 있었다. 게을러지려는 나를 재우치는 불빛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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