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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2의 침묵의 세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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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2의 침묵의 세대'가 온다

입력
2009.03.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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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에게 꿈이 없다. 암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거나, 세계를 여행하겠다거나, 자신만의 사업을 하겠다는 젊은이가 줄고 있다. 대신 대기업의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고 주어진 처지에 만족하려 한다. 과거보다 훨씬 조로한 젊은이들이다."

취업난에 찌든 요즘 젊은이를 표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1951년 발행된 미국 주간지 타임이 당시의 젊은이를 설명한 글이다.

경제가 끝 모를 침체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미국에 '제2의 침묵세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역사학자와 심리학자들이 현재의 유아에서부터 고교, 대학 졸업자까지의 연령층이 침묵세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침묵세대는 1930년대 대공황기에 성장한 젊은이를 일컫는 용어다. 적성이나 미래가치보다는 현재의 안정성을 위주로 직업을 선택하고, 가정을 중시해 일찍 결혼하며, 체제에 순응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어려운 경제가 젊은이의 성향에 그런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침체기의 젊은이가 모두 침묵세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세대연구의 권위자인 닐 하우 가우처대학 교수는 침체기의 젊은 세대를 대공황 세대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세대로 분류한다. 그는 이 가운데 대공황 세대는 체제에 순응했지만 1970년대 세대는 반항적이고 모험을 즐기는 'X세대'로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하우 교수에 따르면 이들의 차이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대공황 세대는 대공황 직전 호황기에 부모의 과다한 보호를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부모와 연대감이 강하고 체제에 순응했다. 반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상징되는 70년대 젊은 세대는 기존 가치관의 붕괴를 경험하고 다양한 정보의 세례를 받으며 부모와 단절했다.

현재 미국의 젊은 세대는 호황기에 부모의 과보호를 받으며 자랐고 대학원 진학 등 부모에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성인이 되고도 독립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조사 결과를 보아도 독립 시점이 늦어지고 있고 안정적인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의대, 법대를 희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제도에 대한 순종 의식 역시 최근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위기는 이런 경향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젊은 세대가 부모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위기라는 변수 때문에 기성 세대의 가치관을 답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한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에 익숙하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공공영역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사용에 친숙하고 필요보다는 개성 표현을 중요시하는 소비 행태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대공황 세대처럼 구두쇠로 살지도 않을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그렇지만 당겨지는 결혼연령, 직업 안정성, 가정 중시, 과묵 등 핵심가치는 1930년대 침묵세대와 비슷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핵심 가치에서 대공황 시기의 젊은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여 제2의 침묵세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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