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의 역점 과제로 예술 뉴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70억원을 들여 예술가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그 혜택이 국민에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작가와 지역 주민이 공동 참여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20억원), 문학관과 도서관에서 소설가 등이 창작을 지도하는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10억원), 소극장ㆍ문예회관의 상주 공연단체 육성(20억원), 소외지역 학교에 연극ㆍ국악ㆍ무용 등 공연단체 파견(20억원)이 그 내용이다. 이를 통해 예술가 1,350명이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 한다.
이밖에 문화예술 강사, 문화재 보수와 정비, 국립예술단체 인턴, 박물관과 미술관의 학예인력 등 문화ㆍ체육ㆍ관광 분야에서 총 1,754억원의 예산으로 1만8,0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1930년대 대공황기 미국의 문화 뉴딜 정책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루스벨트 정부는 미국을 되살릴 힘으로 경제 못지않게 예술의 가치를 강조, 뉴딜 정책의 하나로 문화 뉴딜을 추진했다. '연방 프로젝트 넘버 원', 약칭 '페더럴 원'(Federal One)으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4만명의 예술가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화가 잭슨 폴록, 소설가 존 스타인벡, 영화배우 오손 웰즈,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 극작가 아서 밀러 등 미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그 수혜자다.
'페더럴 원'은 5개 사업으로 진행됐다. '연방 작가 프로젝트'(FWP)는 작가, 편집인, 역사가, 지리학자 등 6,600여명을 고용해 지방사, 구전역사, 민족지, 어린이책 등을 편찬했다. 미국 각 주의 문화와 역사, 관광 정보 등을 총정리한 <아메리칸 가이드 시리즈> 가 이때 나왔다. 아메리칸>
'역사 자료 조사'(HRS)는 미국사 연구의 기초 자료를 발굴, 보존, 정리하는 작업으로 이후 학문 연구의 토대가 됐다. '연방 극장 프로젝트'(FTP)는 배우, 작가, 연출가를 고용해 수 천 편의 연극을 제작ㆍ공연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이 극장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연주자, 작곡가, 지휘자를 고용한 '연방 음악 프로젝트'(FMP)는 수 천 개의 콘서트, 무료 음악교실, 음악축제, 34개의 오케스트라 신설 외에 미 전역의 민속음악을 조사하고 연구했다. 끝으로 '연방 미술 프로젝트'(FAP)의 작가들은 벽화, 회화, 포스터 등 20만점 이상의 작품을 만들었고 수 만 명의 어린이와 성인들에게 무료 미술교육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 뉴딜은 루스벨트의 문화 뉴딜에 비해 규모가 턱없이 작기도 하지만무엇보다 내용에서 큰 차이가 난다. '페더럴 원'은 예술가 일자리 만들기에 그치지 않고 문화 입국의 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수많은 예술작품이 태어나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을 뿐 아니라 각종 자료 조사를 통해 예술 창작과 문화정책, 학문적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은 미국인의 삶에 초점을 맞춰 공동체적 가치를 일깨우는 데 핵심을 두고 진행됐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 뉴딜에는 장기적 전망과 철학, 구체적 방법론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내놓은 브리핑 자료에서 "우리 정부의 예술 뉴딜은 대공황기 문화 뉴딜의 진정한 의미와 정신이 빠진 흉내 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예술 뉴딜은 좀더 문화적이어야 한다. 한시적인 일자리 만들기에 끝나서는 안 된다. 정권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오미환 문화부 차장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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