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50) 한국일보 객원논설위원의 시평집 <경계긋기의 어려움> (개마고원 발행)에 실린 글들은 우리 앞에 던져진 정치ㆍ사회ㆍ윤리적 물음에 성실하게 대응하는 한 자유주의적 지식인의 고투의 흔적이다. 경계긋기의>
2006~2008년 한국일보에 연재한 '고종석 칼럼'을 중심으로, 영화잡지 '씨네21' 등에 게재한 글 등을 묶은 이 칼럼집에서 저자는 "이(利)와 의(義)의 경계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자신들이 내세우는 이념을 적잖은 개인들이 일상생활에선 아예 팽개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적 양식을 지닌 지식인으로서의 살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책의 표제가 된 칼럼 속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글로 밥을 먹고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 그런 딜레마는 일상적이다. 가령 그는 한 군부독재자의 아들이 경영하는 출판사와의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자신의 책이 그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운영하는 서적도매상을 통해 팔려나가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찔함을 느꼈다며 자문한다. "내 '자기만족적 실천'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자신이 넘어서는 안 될 경계가 정확히 어딘지 알 수 없다는 괴로운 토로에도 불구하고, '열린 사회'를 지향해온 저자의 성찰은 더욱 깊어졌다.
예컨대 그는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에 침묵을 지켰던 다른 많은 지식인들과 달리 그 사태의 핵심이자 언론자유에 위협이 되는 재벌 문제에 대해 집요한 비판의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그 구성원들의 인품됨과 상관없이 유사 파시스트적 성향이 농후한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시사성 있는 정치ㆍ사회 담론뿐 아니라, 24시간 김밥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 농촌으로 시집온 다문화가정의 아내들 등 우리 사회 소수자들을 향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실감할 수 있는 글들도 함께 실렸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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