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스타의 인기 정도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KBS '박중훈 쇼'에 출연하는 것이다. 누군가 이 프로에 나와 시청률을 10%대로 올리면, 그는 최고의 스타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우성, 김태희, 김혜수, 소녀시대 등 톱스타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박중훈 쇼'의 시청률은 5% 내외였기 때문이다.
이러한'박중훈 쇼'의 부진은 시청자에게 주는 정보량이 턱없이 모자라서다. 박중훈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소녀시대를 앞에 두고 소녀시대의 국내외 차트 성적을 읊은 뒤, "소녀시대가 나이 들어도 소녀시대인가", "멤버들끼리 싸운 적은 없나"같은 질문 몇 개로 방영시간을 대부분 허비했다. 그에 이어지는 건 소녀시대의 남성 팬 인터뷰와 그림으로 본 심리 테스트다.
박중훈은 질문 하나를 던진 다음 게스트의 말을 듣기만 했고, 덕분에 소녀시대의 어떤 멤버는 방송 내내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박중훈 쇼'의 토크는 대화보다는 단순한 질의와 응답에 가깝고, 시청자들은 제한된 이야기만을 들을 뿐이었다. 게스트를 적극적으로 토크에 참여시킬 수 있는 재치나,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한 추가 질문은 어디에도 없다.
'박중훈 쇼'의 문제는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소녀시대의 멤버 수영은 두 프로그램에서 모두 "멤버들끼리 질투한 적도 있다"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박중훈 쇼'는 그 말 하나를 끌어내는데 몇 분을 소비한 반면, '라디오 스타'는 비슷한 시간 동안 소녀시대에 관한 다양한 소문들, 게스트 각자의 캐릭터까지 끄집어냈다.
'박중훈 쇼'가 재미없는 것은 이 토크쇼가 독설이 판치는 요즘에 유일하게 점잖은 토크쇼여서가 아니다. 독설이든 고운 말이든, 다른 토크쇼들이 최대한 출연자를 파악해 그 사람의 새로운 모습을 이끌어내는 것과 달리 '박중훈 쇼'는 톱스타를 데려와 그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알고 싶어할 것을 물어본다.
인터넷과 케이블 TV의 등장으로 24시간 내내 스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요즘, '박중훈 쇼'는 초대한 스타를 자랑하는 것에 그치는 1980년대 토크쇼에 머물러 있다.
토크 쇼가 잘되든 안되든 그건 제작진 몫이다. 하지만 '박중훈 쇼'는 '무릎 팍 도사'도 부러워할 만큼 톱스타들을 잘 섭외했다. 그런 스타들로 시청률도 5%밖에 못 내고, 의미도 재미도 없는 토크쇼를 하는 것은 전파낭비다.
KBS에서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TV, 책을 말하다'같은 교양 프로그램을 폐지한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언젠가 '박중훈 쇼'를 보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까?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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