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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녹색성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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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녹색성장이란?

입력
2009.03.09 04:00
0 0

Q.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한창인 요즘, 한쪽에서는 각국이 저마다 '이제는 녹색성장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위기의 진앙인 미국은 물론, 유럽과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데요. 녹색성장은 그 동안의 성장과 어떻게 다르고 또 얼마나 중요하길래 저마다 목청을 높이는 걸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왜 녹색이죠?

지난해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이래, 요즘은 여기저기서 녹색성장이라는 말이 참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녹색성장(Green Growth)이라는 표현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환경을 의미하는 듯한 녹색이라는 단어가 경제성장이라는 말과 함께 쓰이고 있으니까요. 녹색성장이라는 단어도 2005년 유엔 환경개발장관회의(MCED)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하니 생긴 지 오래된 것도 아닙니다.

녹색성장은 사전적으로 미래 세대가 경제활동을 원활히 지속할 수 있도록 현 세대가 제한된 양의 자원만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환경을 지키면서 성장해 나가자는 얘기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처럼 다소 모호하면서 넓은 의미의 개념보다는 '저탄소' 녹색성장과 거의 동일시되고 있답니다.

저탄소는 뭔가요?

저탄소라는 말은 이산화탄소가 적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Greenhouse Gas)를 대표하는 단어구요.

요즘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기상이변도 자주 발생하고 그로 인한 피해도 많다는 말은 자주 들어보셨죠? 과학자들이 공기 중에 있는 몇 가지 물질이 온실효과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이 물질들을 온실가스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온실가스 중에서도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온실가스를 대표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탄소라는 말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는 의미인 셈입니다.

왜 저탄소 녹색성장이 필요할까요

아직 치명적인 피해는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십년이 지나도 쉽게 소멸되지 않는 특성을 가진 온실가스가 지금 같은 산업 구조에서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344억톤에서 2005년 435억톤으로 매년 평균 1.6%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지구의 평균 기온이 향후 100년 동안 1.8~4도나 상승할 것이라고 하네요. 2도만 올라도 전체 생물종의 20~30%가 멸종될 수 있다니 그냥 두고 볼 문제는 아니겠죠?

온실가스는 60% 이상이 석유ㆍ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배출됩니다. 결국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화석연료를 안 쓰거나 온실가스를 어딘가에 가둬 두어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듭니다. 게다가 공기에는 국경도 없어 한 나라가 많이 줄인다 해도 이웃 나라가 동참하지 않으면 효과가 크게 줄어들 수 있죠. 그래서 모든 나라가 한꺼번에 노력하도록 강제하는 조치가 필요하게 된 겁니다.

다들 녹색성장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는 뭔가요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효율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이라는 것을 채택했습니다.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이 많았던 선진국들에게 각각 얼마씩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감축 의무를 지운 것입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의 녹색성장 사업은 그래서 대부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가령, 최근 들어 부쩍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규모를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요 선진국들의 움직임은 단지 환경보전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환경문제로 시작한 기후변화 대응이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새로운 규제로 작용하면서 경제문제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저탄소 제품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저탄소 제품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업 분야로서 잠재 수요가 매우 크기 때문에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각 국가들이 서둘러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우리나라는 아직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습니다. 그동안은 환경보다 우선 경제성장이 더 급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에게 감축의무를 지우려는 국제사회의 압력은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을 기준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10번째로 많기 때문에 조만간 감축의무를 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새 기술을 개발해 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준비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 연구기관에서 측정한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경쟁력에서도 우리나라는 OECD 평균 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서둘러 추진하려는 이유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위원회 설치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한 조세부담 강화 ▦기업에 대한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 도입(풀어읽는 키워드 참조)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녹색성장을 달성에 시장의 자발적인 참여에만 의존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녹색성장을 달성하려면 우선 정부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며 효과적인 정책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과 기업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행 조사국 김영민 조사역

▦풀어읽는 키워드

배출권 거래제(Emissions Trading) : 온실가스 배출권리의 매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팔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배출권을 할당하는 방식에 따라 총량제한 방식(Cap-and-Trade)과 기준인정 방식(Baseline-and-Credit)으로 구분되죠.

총량제한 방식은 배출량 한도를 정하고 그 만큼의 배출권을 할당해 이를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 배출권이 거래되는 시장을 할당량 시장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기준인정 방식은 기준배출량을 설정하고 이보다 적게 배출한 만큼을 저감량 인정분으로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런 배출권이 거래되는 시장을 프로젝트 시장이라고 부릅니다.

■ 각국의 녹색성장 노력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암초를 만나 다소 주춤거리고는 있지만 선진국들은 벌써부터 몇십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경제의 녹색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은 기초연구나 기술개발은 정부가 맡고 이를 상용화하는 역할은 민간에게 맡기는 이른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개발 분야는 선진에너지정책(AEI), 수소자동차 개발,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 등인데요. AEI 가운데는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을 통해 2025년까지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량을 75% 줄이겠다는 목표가 담겨있습니다.

일본은 사회 고령화 현상과 장기침체를 아예 '저탄소 사회' 구현을 통해 헤쳐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쿨 어스(cool earth) 에너지 혁신기술계획'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하이브리드카, 차세대 원자로 등 21개 탄소 저감기술을 확보해 신규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의 에너지ㆍ환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금 및 기술지원 확대 같은 국제무대로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답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전력 생산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기후변화세의 세율을 올리고 발전공급자에게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15년까지 15.4%까지 높이도록 하는 등 민간 분야에 각종 부담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반발이 있더라도 당위성을 내세워 꾸준히 설득해 나간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복안입니다. '탄소없는 도시' 건설도 계획중인데요. 가령 '바라트' 시에는 탄소소비가 없는 주택을 양산해 2011년까지 브리스톨 지역에 200채를 짓기로 했답니다. 영국은 현재 런던에 위치해 있는 유럽기후거래소(ECX)도 계속 육성해 세계적인 환경거래 도시로 키워나갈 방침입니다.

세계적인 환경 선진국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풍력ㆍ태양광ㆍ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면 그 지역의 전력회사들이 이를 2024년까지 의무적으로 사주도록 했습니다. 정부 청사 건물의 난방ㆍ전력은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토록 하고 있구요. 지방정부들의 독자적 노력도 열띱니다. 마르부르크 시는 새로 짓는 건물마다 무조건 4㎡ 이상의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게 할 정도입니다. 독일에서는 이미 녹색산업의 생산성도 뛰어나서 2005년 한 해동안에만 신재생에너지 분야 매출이 160억유로에 고용인원도 21만명을 기록했답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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