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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작가 배영환 '도서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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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작가 배영환 '도서관 프로젝트'

입력
2009.03.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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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은 요즘 미술계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그리고 배영환(40)씨는 가장 적극적으로 공공미술 작업을 하는 작가로 꼽힌다. 2~3년에 한 번 꼴로 개인전을 하면서 그 사이에는 굵직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을 선보이고 있다. 공공미술 하면 흔히 생각하는 커다란 설치물을 세우는, 그런 일시적이고 일방적인 작업이 아니다.

10여년 전부터 소수자를 위한 '무지개 프로젝트'를 구상해 왔다는 그는 2001년 '노숙자 수첩' 프로젝트에서 무료급식소나 보건소의 위치 등의 정보를 담은 빨간색 수첩 3만부를 만들어 노숙자들에게 배포했다.

공공미술의 성공 사례로 알려진 서울농학교의 수화벽화와 서울맹학교의 점자벽화도 그의 작품이다. 작업의 형식이나 과정은 모두 다르지만 바라보는 대상은 늘 소수자였다.

배씨가 새로운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들고왔다. 이번에는 소외 지역에 도서관을 만들어 보내는 도서관 프로젝트다. 수송이 용이한 컨테이너 박스를 기본으로 다양하게 조립이 가능하도록 도서관을 디자인했다.

골조는 작가가 만들었지만, 내부 디자인과 프로그램은 도서관을 직접 이용할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게 된다. 배씨가 직접 펀딩을 하고, 책을 기증받고, 지방자치단체에 제안도 할 예정이다. 처음으로 그의 컨테이너 도서관이 도착할 곳은 충북 진천의 한 공동체다.

아트선재센터 2층에서 열리고 있는 '내일' 전은 그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나누기 위한 전시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건축 전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컨테이너 박스 크기의 뻥 뚫린 목재 공간 속에 골판지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이 앙증맞게 놓였고, 나무 책꽂이 위에 골판지 책들이 꽂혀있다.

또 하나의 공간은 노인들을 위한 곳으로 설정됐다. 그림자 극을 할 수 있는 골판지 박스를 중심으로 한 이 공간을 만들면서 작가는 "어르신들이 화투도 치고, 장기도 두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도 들려주는 현대식 서당"을 생각했다.

골판지 의자에 앉으려니 행여 망가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배씨는 "이곳은 체험 공간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의 개념을 보여주는 곳"이라면서 "실제 도서관이 될 때는 견고한 소재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익숙하고 값싼 골판지로 만들어진 이 도서관을 통해 '우리도 만들 수 있다, 우리도 만들어야겠다'는 심리를 자극하고 싶었어요. 예쁜 소파나 철제 컨테이너를 들여놓았다면 관람객들이 심리적으로 멀게 느낄테니까요."

그가 공공미술의 대상으로 도서관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중앙에서 벗어난 곳의 아이들은 책을 읽기 힘들어요. 그림책이 너무 비싸거든요. 불평등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어린 시절의 시각적 체험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그래서 소박하게나마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겁니다."

스스로를 포스트민중미술 작가라고 표현하는 그는 공공미술 작업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 예술은 사회와 함께 변하는 것이고, 현대미술은 이전 미술의 한계에서 태어난 것이기에 그 시점에 가장 적절하고 유효한 언어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소수자들을 어떻게 포용하는가에 대해 요즘 사회단체들이 많이 고민하잖아요. 사회가 하는 고민이라면 그 일부인 예술도 당연히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아는 예술은 그런 겁니다."

이번 전시의 관람료(3,000원)는 컨테이너 도서관 제작 및 도서 구입비로 쓰인다. 책을 기증하는 관람객에게는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4월 26일까지. (02)733-8945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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