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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달곰 첫 출산 '경사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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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달곰 첫 출산 '경사났네'

입력
2009.03.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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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츄츄….'

지난달 28일 지리산의 한 바위굴 주변. 고성능 마이크를 들고 굴을 탐색하던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복원센터 송동주 센터장의 표정이 갑자기 환해졌다. 젖을 못 찾은 반달가슴곰 새끼가 어미를 깨우는 소리였던 것이다. 1998년 12월 시작된 반달곰 복원사업이 마침내 거둔 첫 성과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 암컷 두 마리가 야생에서 짝짓기에 성공해 각각 건강한 새끼 한 마리씩을 낳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송 센터장은 "새끼를 낳은 개체는 2005년 북한에서 들여와 방사된 '8호'과 '10호'이며, 각각 자신의 서식지에서 한 마리씩 새끼를 품고 겨울잠을 자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반달곰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천연기념물 329호이며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Ⅰ에도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공단은 새끼들의 몸길이가 20∼30㎝에 이르고 머리가 어른 주먹 크기에 달하는 것으로 미뤄, 이들이 30~50일 전인 올해 1월 태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어미 두 마리 몸에 부착된 발신기를 통해 파악한 이동 정보와 생리특성 등을 토대로 교미 시기를 지난해 5∼9월로 판단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방사된 곰이 정상적으로 먹이를 섭취하고 혹독한 동면을 거쳐 출산까지 했다는 건 자연에 완전 적응했다는 의미"라며 "종 복원 사업이 마침내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환경부는 과거 한반도 산악에 번성했지만 일제의 해수구제(害獸驅除) 정책과 서식지 파괴로 위기에 빠진 반달곰 보존을 위해 2004년부터 4차례에 걸쳐 북한과 연해주에서 고아 반달곰 새끼 27마리를 들여와 지리산에 풀었다. 그 중 12마리는 적응에 실패해 돌아오거나 폐사했지만, 암컷 9마리와 수컷 6마리는 야생에 적응해 이번에 성과를 낸 것이다.

공단은 태어난 반달곰 새끼의 발육상태에 맞춰 유전자 감식을 시도할 계획이다. 태어난 반달곰이 천연기념물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이들이 지리산에 살고 있는 토종 반달곰의 새끼인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단은 또 반달곰이 지리산에서 멸종되지 않으려면 최소 50마리의 개체가 필요하다고 보고 올 5월 마지막으로 한 차례 더 고아 곰들을 방사할 계획이다.

공단 관계자는 "반달곰 번식의 가장 큰 위협은 농가에서 멧돼지를 막으려고 설치하는 올무"라며 "방사된 반달곰이 경작지 주변으로 나왔다가 올무에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신기 신호가 오면 항상 출동해 안전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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