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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봄을 키우는 우리 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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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봄을 키우는 우리 춘란

입력
2009.03.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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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키우던 춘란(春蘭)이 얼마 전부터 꽃대를 올리기 시작하더니 이제 활짝 만개해 그 자태를 뽐낸다. 화려한 양란이 주는 즐거움도 좋지만 소박한 동양란은 운치가 있어 더욱 좋다. 개인적으로는 열대지방이 원산지인 서양란보다 동양란, 특히 우리 춘란에 유독 정이 많이 간다.

우리 춘란은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봄가을로 실내에 들여놓고 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며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키울 수 있다. 또한 난초 잎새를 가만 보고 있노라면 미대 재학시절 1획, 2획, 3획을 읊조리며 난을 치던 추억이 떠올라 정감이 간다. 흥선대원군의 난초그림은 너무 유명해서 생전에도 위작이 있었다는데, 그의 힘찬 난초그림의 대부분이 춘란이었음도 떠오른다.

춘란은 봄을 알리는 꽃이라 하여 '보춘화(報春花)', 이른 봄 꿩이 꽃봉오리를 따먹는다고 하여 '꿩밥', 그리고 지역에 따라 '아기다래', '여달래'라고도 부른다. 한 가지 식물이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춘란의 자생지는 수도권과 강원도 충청도 일부를 제외한 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서쪽 백령도에서부터 동쪽 울릉도에까지 자생하고 있다니 우리와 함께 살아온 우리 꽃임에 틀림이 없다.

춘란의 특징은 군자(君子)를 상징하듯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계절이 변한다고 잎을 떨어뜨리거나 움츠러드는 일이 없다. 눈바람 맞으면서도 그 푸름을 잃지 않는다. 고통의 겨울을 꿋꿋하게 버틴 봄에는 오히려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린다. 온몸으로 고통을 이겨낸 후 보여주는 꽃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는 듯하다.

또한 강하고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한번은 작업실을 이사하느라 쌓아둔 짐 사이에서 난초 화분 하나가 발견되었다. 몇 달간 물을 주지 못했더니 이미 잎의 대부분이 말라 시들어 버린 지 오래된 듯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죽은 화분에 물주기를 계속했더니 놀랍게도 새싹이 표토(表土)를 뚫고 나오는 것이다.

난초는 변이종이 많이 발견된다. 특이한 것은 매년 한 뿌리에서 나온 새 촉도 조금씩 모양과 색감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난초의 자생노력이 이러한 결과를 나타내는 듯하다. 이렇게 변이가 생겨 잎이나 꽃에 특이한 예가 발견되어 고정이 되면 명명품(命名品)으로 등록을 하여 상품화되기도 한다.

일본인들이 아끼고 애배(愛培)하는 뇌전, 신문, 금강보, 천수, 왕도, 나생문, 천룡 등의 춘란 명명품은 모두가 한국의 춘란들이다. 이제는 오히려 일본인들이 개발하고 고정시켜 놓은 우리 춘란을 역수입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꽃, 우리 종자에 대한 관심과 보존노력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중국 춘란이 인기라고 한다. 땅이 넓어 종류도 다양할 뿐더러 우리 춘란이나 일본 춘란에는 없는 향기가 있다는 것이 중국 춘란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 것이 소중하고 가치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것이 풀 한 포기일지라도 우리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더욱이 난초와 같은 고급 원예품은 우리 것을 더욱 아끼고 보살필 필요가 있다. 우리 춘란도 최근에 향기가 있는 유향종이 발견되기도 하고 다양한 보존 움직임이 늘고 있어 반갑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춘란과 같이 힘든 시기를 꿋꿋이 이겨내고 좋은 꽃을 피울 수 있길 바란다.

안진의 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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