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산업의 발전을 이끌며 승승장구하던 포털업계가 불황 여파로 최고경영자(CEO)를 바꾸고 조직개편에 나서는 등 '생존 모드'로 탈바꿈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Daum), 야후코리아,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대표 포털 업체들은 최근 CEO 교체와 더불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명분 하에 고강도 조직개편 등 극약 처방을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주어진 현실을 감안할 때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포털 사령탑 교체 잇따라
불황은 국내 양대 포털 업체의 간판급 사령탑들을 차례로 밀어냈다. NHN을 국내 대표 포털로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언론인 출신의 최휘영 대표는 대기업 출신의 전문경영인에게 바통을 인계했다. 최 사장은 최근 국내ㆍ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경제적, 환경적 상황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 줄 다음 단계의 CEO가 필요했다"며 NHN 자회사인 NHN IBP의 대표로 옮겨가며 '2선 후퇴' 배경을 설명했다.
'미디어다음'을 만든 주역으로 잘 알려진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석종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도 6일 대표직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다. 지난해 정치적 성격의 촛불시위와 연루됐던 인터넷 게시판 '아고라' 사태 및 회원 아이디 유출 파문 등을 거치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은 게 수장 교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각각 CEO를 교체한 SK커뮤니케이션즈 및 야후코리아의 행보 역시 경치 침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조직개편 및 신사업 발표도
CEO 교체를 단행한 포털 업체들은 조직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다음은 카페ㆍ블로그 등 커뮤니티와 Tv팟 등 동영상 부문을 '커뮤니티 ㆍ동영상' 분야로 통합했으며, 시너지 효과를 위해 기존 메일과 모바일을 담당했던 커뮤니케이션 부서와 모바일 지도 서비스 등을 맡았던 모바일 TFT를 합쳤다. 이를 통해 모바일과 연관된 50㎝급 고해상도 항공 사진 서비스 '스카이뷰' 등을 앞세워 신시장 개척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NHN의 조직개편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에 물적 분할로 설립되는 NHN IBP가 NHN의 광고 플랫폼(운영체제)과 영업 및 인프라 부문을 분리해 신설되기 때문이다. NHN은 이를 통해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하는 한편, 전년 대비 157억원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말 엠파스와 네이트를 통합한 새 포털 사이트 '네이트'를 선보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광고 매출과 직결되는 검색시장 점유율을 연말까지 15%선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 하에 동영상 검색 등의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
하지만 이런 자구 노력에도 불구, 포털 업계가 급변하는 사이버 상태계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무엇보다 포털 업계의 주 수익원인 검색 광고 매출이 경기 침체 여파로 예년 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다, 새로 선보인 신사업들도 선전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 파문과 악성 댓글 여파에 따른 관계 당국의 규제 강화 가능성도 걸림돌로 남아 있다.
미래에셋증권 정우철 연구원은 "포털 업체들의 매출액 가운데 절대적인 비중을 점하는 검색 광고 실적이 불황으로 하향세를 보이면서 업계 전반에 성장동력 상실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포털 업계에 번지는 이런 위기감을 이른 시일 내 반전시킬만한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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