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유부남 배우로서 연기 변신을 보이고 싶어 멜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남자답게 인상 쓰고 힘 쓰는 연기야 누가 못하겠어요. 오히려 멜로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예요. 그 미묘한 말투와 눈빛 하나로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해야 하니까요."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서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남자 K를 연기한 권상우는 '결혼 후 첫 작품'이라는 데에 커다란 중압감을 드러냈다. "당장 캐주얼 브랜드 모델을 못하잖아요?"라고 결혼이 배우에게 끼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이야기했지만, 결혼 전후 그가 휩싸였던 숱한 구설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7월 탤런트 손태영과의 결혼 발표 당시 네티즌들은 "임신 때문에 결혼한다"는 추측을 퍼뜨렸고 지난달 득남 직후 "역시 혼전임신이었다"는 이야기가 다시 회자됐다(최근 권상우는 TV 오락프로그램에서 "결혼을 염두에 둔 나에겐 계획된 임신이었다"고 밝혔다).
연예계에서는 지난해 말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와 최근 오락프로그램 '상상플러스' 등에 출연키로 했다가 번복한 일로 눈총을 받았다.
이래저래 이미지의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인데 놀랍게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출연 번복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내가 스스로 부끄러운 일을 했다면 반성하겠지만 내 잘못이 아닌데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기사 때문에 흔들릴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의 경우에는 제작사측에서 처음에 박한 조건으로 자존심을 상하게 해 도저히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저보고 거침없이 말을 한다고 그러는데, 저는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에요. 다만 솔직할 뿐이죠."
갓난아기 때 아버지를 여읜 권상우는 "아버지의 부재와 빠듯한 생활로 어렸을 적 느꼈던 압박감과 소외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돈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아무것도 없이 배우가 되겠다고 발을 디딘 처음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고 뭐든지 열심히 노력했다"고 했다.
배우로서 권상우의 자리를 마련해준 영화는 "스턴트맨도 쓰지 않고 무모할 정도로 모든 것을 다 바친 '야수'와 학원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말죽거리 잔혹사'이다. 하지만 그는 오래 남는 배우가 되기 위해 앞으로 더 절제된 정통 멜로 영화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소룡 같은 배우가 환갑이 넘어서도 그런 무술을 보일 수 있을까요? 멜로 배우로 꼽힌다면 중년이 되어서도 오래 갈 수 있겠죠. 남자든 여자든 배우라면 연기의 끝은 멜로물이에요."
12일 개봉하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시집 <넌 가끔 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딴 해> 의 시인 원태연이 처음 메가폰을 잡은 작품. 시한부 인생인 K가 사랑하는 여자 크림(이보영)을 다른 조건좋은 남자(이범수)에게 시집보낸다는 설정은 쉽게 공감하기 힘들지만, 여자를 떠나보내는 과정을 크림의 시각으로 다시 보여주면서 눈물을 쏟게 만든다. 넌>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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