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 제너럴일렉트릭(GE), 씨티그룹 등 미국의 간판 기업들이 생존 가능성을 의심 받고 주가와 신용도가 떨어지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 위기와 신용 경색이 극에 달하면서 미국의 대표 기업들마저 안정성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GM은 5일 "생존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회계법인의 평가가 공개되면서 주가가 전일 대비 15.4% 폭락한 1.86달러에 거래됐다. 회사의 시가총액도 11억 3,550만달러로 줄어 현대차(69억 9,600만달러)는 물론 기아차(14억 5,05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딜로이트 앤 투시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감사 보고서에서 "영업 손실이 계속되고 채무를 변제할 현금 유동성을 창출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GM의 지속적 생존 능력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GM의 2월 자동차 판매실적은 12만6,170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세계 최대 은행이었던 씨티그룹은 이날 주가가 장중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페니(동전) 주식'으로 전락했다. 2007년 5월 55달러까지 치솟았던 이 회사의 주가는 이날 장중 97센트까지 떨어졌다가 막판에 반등, 1.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 폭락으로 씨티그룹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은행 순위에서 184위로 떨어졌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함께 다우지수에 포함된 3대 은행 가운데 그동안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JP모건도 이날 주가가 14% 떨어져 16.60달러를 기록했다. BoA도 이날 주가가 3.17달러로 전일 대비 11.7% 추락했다. AFP통신은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 19곳이 생존 능력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들어가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금융기관의 주식을 집중 매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안정성이 의심 받으면서 급기야 초우량 기업의 대명사이던 GE마저도 신용 등급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회사 GE캐피털이 동유럽 등 신흥시장에 대출을 많이 했고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에도 자금을 제공했다"며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S&P가 GE의 신용 등급을 현재의 AAA에서 몇 단계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씨티그룹의 시가총액이 이 회사가 20%의 지분을 가진 터키의 아크뱅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의 주가와 신용도 추락은 시장 불안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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