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명성을 얻었다가도 새 얼굴이 등장하면 쉽게 잊혀지고 마는 배우의 세계.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이 분야에서 시기나 질투를 배제한, 존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선후배 사이란 게 정말 있을까.
인터뷰 내내 나보다 후배가 돋보이도록 자신을 낮추고, 낯가림이 심한 선배의 짤막한 대답을 이어받아 재치있게 마무리하는 최재웅(30)씨와 이율(25)씨의 모습에서라면 가능해 보였다.
2007년 2인 뮤지컬 '쓰릴 미'에서 동성의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이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 '주유소 습격사건'(12일~6월 14일 백암아트홀)으로 다시 뭉쳤다. 다른 듯 닮은 그들의 이야기.
■ 새로운 작품을 찾아서
"우리 공연엔 내용이 없어요. 그냥 노는 거죠."
이유없이 주유소를 터는 4명의 건달 중 리더 격으로, 영화에서 이성재씨가 연기했던 노마크를 맡은 최재웅씨의 작품 설명은 이랬다. "스토리 위주의 뮤지컬과는 많이 다른 공연이에요.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당황했을 만큼."
그는 2002년 아동극 '모자와 신발'로 연기생활을 시작해 2003년 '지하철 1호선'으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이후엔 '어쌔씬' '샤인' 등 "새롭지만, 그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던" 작품으로 꾸준히 무대에 서 왔다.
묵묵히 연기 경력을 더해오던 그가 대중적 인기까지 톡톡히 누리게 해 준 '쓰릴 미' 역시 한국 상황에선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자연히 기존 뮤지컬과의 차별성을 표방하는 '주유소 습격사건'을 준비하는 요즘이 그에겐 즐거운 경험이다.
2007년 '쓰릴 미'로 혜성같이 등장해, '파이브 코스 러브' '김종욱 찾기'까지 단 세 작품 출연 만으로 뮤지컬계에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이율씨에게도 '새로움'은 중요한 작품 선택 기준이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영화 속 강성진씨가 연기한 딴따라를 맡았다.
"그간 데뷔작의 캐릭터가 너무 강해 이미지가 고정될까 봐 걱정이 많았어요. 출연한 3편의 색채가 각기 전혀 달랐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이번엔 특히 제 전작들이 2, 3인극이었던 것과 달리 16명이나 출연하고 그 중 15명이 남자 배우라서 짐을 확 던 느낌이에요."
■ 조연출과 배우에서 동료로
계원예고 동문인 두 사람은 5살 차이지만, 이씨의 고교 시절 워크숍 공연에 졸업생 최씨가 조연출로 참여해 친분을 맺었다. 그렇게 '쓰릴 미' 이전부터 편한 선후배 사이였던 이들은 오랜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서로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고 한다.
"편한 형이지만 일할 때는 정말 프로답다는 생각을 새삼 해요. 실제 공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즉흥적 상황까지 고려해 연습하는 점이나, 외적인 변화를 위해 철저히 체중 관리를 하는 모습에서도." (이율)
"그냥 귀여운 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쓰릴 미' 때보다 배우로서 훨씬 여유가 생겼더군요."(최재웅)
■ 우리 꿈은 '그냥 배우'
조승우씨 주연의 개봉 예정작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활동 영역을 영화로도 넓힌 최재웅씨는 올해는 연극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이율씨 역시 우연찮게 연기를 시작한 장르가 뮤지컬이었을 뿐 전 장르를 아우르는 "그냥 배우"가 꿈이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좀 더 유명해지면 좋겠지만 저 자신을 위해서는 공연이든 뭐든 늘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에 만족해요."(최재웅)
"장르든, 캐릭터든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지만 천천히 조심스럽게 가려고 해요. 우선은 이번 공연에서 무대 연기가 아닌 일상처럼 보이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게 목표죠."(이율)
공연 문의 (02)3393-8701
김소연 기자 joi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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