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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만점投 만루包… 대만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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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만점投 만루包… 대만 침몰

입력
2009.03.09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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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치솟은 타구는 까마득히 날아 도쿄돔 우중간 스탠드 상단에 떨어졌다. 관중석을 메운 응원단과 TV를 지켜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3년 전 감동의 '데자뷰'를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국민 우익수' 이진영(29ㆍLG)이 극적인 만루홈런으로 도쿄돔을 폭격했다. 이진영은 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과의 아시아예선 첫 경기에서 1회말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이진영의 대포를 앞세워 '복병' 대만을 9-0으로 대파한 한국은 본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또 대만과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통산 맞대결에서도 13승9패의 우위를 이어가게 됐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한방이었다. 2-0으로 앞선 1회말 1사 만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이진영은 볼카운트 1-1에서 대만 선발 리전창(클리블랜드)의 3구째 가운데 높은 직구를 걷어 올려 비거리 135m 짜리 대형 만루포를 쏘아올렸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1회 대회 일본전에서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를 선 보인 지 꼭 3년 만에 다시 '도쿄돔의 사나이'임을 입증한 셈이다.

이진영의 만루홈런은 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일본전에서 만루홈런을 쳤던 이병규(주니치) 이후 프로선수가 참가한 국제대회에서는 처음이다. 만루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활약한 이진영은 "첫 경기에서 힘이 돼서 기분이 좋다. 내일 중요한 경기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대회 직전까지 악재가 겹친 반면 대만은 예상보다 강화된 전력이라 섣불리 낙승을 예측할 수 없던 경기였다. 그러나 한국은 1회 시작하자마자 리전창의 제구 불안을 틈타 볼넷 2개와 사구 1개를 묶어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4번 김태균(한화)이 2타점 짜리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물꼬를 튼 한국은 이진영의 만루홈런 포함, 타자 일순하며 대거 6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5회에도 1점을 보탠 뒤 6회 정근우의 쐐기 투런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선발 류현진(한화)은 3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솎아내며 1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무엇보다 투구수를 43개로 조절해 김인식 감독의 마운드 운용에 숨통을 텄다. 50개를 넘지 않으면 하루만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등판할 수 있다. 관심을 모았던 추신수(클리블랜드)는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한국은 7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승자전을 치른다. 두 팀은 김광현(SK)과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를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여기서 이기면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지면 8일 중국-대만전(7일) 승자와 마지막 티켓을 놓고 다툰다.

■ 양팀 감독의 말

▲한국 김인식 감독= 투수들이 볼넷을 많이 내주고 주자를 계속 내보내면 대량득점 찬스가 된다. 우리 타자들도 잘 쳤지만 돔구장을 처음 경험하는 어린 투수가 선발 등판해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줬다. 일본전에도 타순은 오늘과 비슷한 양상이 될 것이다. 추신수는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해 담당의사가 지시를 계속 내리고 있다. 내일 연습 역시 의사의 요구대로 해야 한다. 일본전 선발투수는 김광현이다.

▲대만 예치시엔 감독=한국의 좌투수 3명을 공략하지 못한 것과 공격에서 병살타가 5개나 나온 것이 패인이다. 선발 리전창의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공들을 심판이 잡아주지 않으면서 제구력이 흔들린 게 대량실점의 원인이다. 이번 아시아예선에서 한국과 다시 맞붙게 된다면 한국 좌투수에 대한 대비를 할 것이다. 한국은 지난 1회 대회 때보다 기량이 올라갔지만 대만은 그만큼 올라오지 못했다.

도쿄=성환희 기자

■ 조범현의 배터리 읽기/ 투수 볼 배합 완벽, 대만타자 혼 뺐다

볼 배합에도 기본은 있다. 볼 배합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첫째 투수 중심, 둘째 타자 중심, 셋째 상황 중심이다. 여기에 파울타구의 방향, 스윙궤도, 대기타석에서의 준비모습 등을 참고해야 한다. 이런 기본이 있어야 응용이 가능하고, 그래야 확률 높은 경기를 할 수 있다.

3회초 대만 공격 때 무사 1루에서 8번 타자 가오즈강이 삼진을 당했는데, 바로 직전 류현진이 던졌던 강한 직구에 1루 방향으로 밀리는 파울이 나왔다. 류현진-박경완 배터리는 가오즈강이 직구에 밀린 듯한 모습을 보이자 또다시 직구로 승부한 것이다.

한국의 두 번째 투수 봉중근은 4회초 1사 1루에서 3번 타자 린이취엔을 4-6-3 병살로 돌려세웠다. 린이취엔은 첫 타석 삼진에 이어 4회에도 바깥쪽 변화구에 당했다. 배터리가 상대 주축 타자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대처한 결과다.

4회에서 상대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은 한국은 이후로는 많은 점수차 리드를 십분 활용했다. 대만 타자들의 조급함을 잘 이용한 것이다.

대만은 1회말 6실점하며 일찌감치 무너졌는데 이 과정에서 포수의 역할이 아쉽다. 선발투수가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포수가 타임을 걸고 마운드에 올라갈 필요가 있었다.

대만 선발 리전창은 직구 위주의 단조로운 패턴에다 완급조절능력마저 부족해 보였다. 리전창을 보며 피칭은 타이밍 싸움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국제대회는 서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게임을 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대만에 대한 전력분석은 정확했다. 또 배터리 호흡은 영리했고, 벤치의 전략도 뛰어났다. 모든 면에서 대만을 압도한 경기였다.

KIA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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