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노 마사나오 지음ㆍ이애숙 등 옮김/삼천리 발행ㆍ415쪽ㆍ1만8,000원
일본의 메이지시대 종교사상가 우치무라 간조(1861~1930)와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한국에서 소비되는 일본 지성의 양 극단이다. 학술서와 대중서 사이의 넓은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교양서는 마땅치 않다. <근대 일본의 사상가들> 은 그 간극에 존재하는 스펙트럼을 간략히 소개, 일본 정신문화의 바탕을 짐작하게 도와준다. 근대>
이 책에는 50인의 일본 근대 사상가들이 등장한다. 조선의 친일 지식인의 정신적 지주였던 후쿠자와 유키치(1834~1901), 독립운동가 박열의 부인으로 조선땅에 묻힌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1903~1926), 나혜석의 마음을 빼앗은 잡지 '세이토'를 발행한 페미니스트 히라쓰카 라이초(1886~1971) 등등. 다양한 색채의 인물 이야기로 '근대 일본'이라는 태피스트리를 이룬다.
이들 가운데는 수상 자리에 오른 사람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옥사하거나 처형됐다. 근대 일본이 다양한 사상적 맥락의 태동 속에서도 결국 파시즘으로 나갔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개화, 아시아 연대, 체제 혁명, 생명, 인권 등 8개 장으로 줄기를 잡고 그 속에 인물들을 배치했다. 각각의 줄기 속에 위치한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의 본질, 그리고 국가의 정치 담론에 맞섰던 인간의 모습을 목도할 수 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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