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선 법조계가 뒤숭숭하다. 판사들의 집단행동, 사법파동 가능성까지 있다고 한다. 전직 대법관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고, 민주당도 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거론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당내 회의에서도 논의된 적이 없다. 그 흔한 논평조차 6일 오후에 나온 "법원행정처의 진상조사를 지켜보자"(조윤선 대변인)는 게 전부다. 그나마 당 홈페이지의 '대변인 브리핑'에선 이 대목이 빠졌다.
한나라당은 그 동안 사회적 현안이 발생하면 당 지도부나 대변인이 모두 나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비평을 쏟아냈다. 그래서 지금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공성진 최고위원은 "당 회의에서 논의할 정도의 사안이냐"고 반문했고, 조 대변인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자칫 사법부에 간섭하는 모양새가 될 우려가 있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이던 3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이용훈 대법원장이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정하게 판결해야 한다"고 하자 한나라당은 "사법부의 독립과 근간을 흔들었다"고 맹비난했다. 그 뿐만 아니다. 절차상 문제로 헌법재판관 내정자를 낙마시켰던 일도 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비슷한 사안을 놓고 다른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행여 지금 한나라당의 침묵이 촛불시위 재판에 대한 압력논란까지 빚고 있는 신 대법관을 우리 편으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 정치적 유ㆍ불리를 떠나 사법부의 독립,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집권당이 되길 기대한다.
양정대 정치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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