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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짜장면뎐(傳)' "짜장면 곱빼기요!" '검은 중독' 문화사 한 권에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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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짜장면뎐(傳)' "짜장면 곱빼기요!" '검은 중독' 문화사 한 권에 뚝딱~

입력
2009.03.09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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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욱지음/프로네시스 발행ㆍ272쪽ㆍ1만3,000원

자장면만큼 친숙한 메뉴가 또 있을까. 최소한 피자나 햄버거가 청소년들의 입맛을 길들이기 전까지 현대 한국인의 입맛을 그토록 강력하게 중독시킨 음식이 달리 있었을까.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서 지난 1세기 동안 우리와 삶의 애환을 함께한 자장면. 그래서 2006년 정부가 꼽은 '한국 100대 민족문화 상징'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 자장면의 문화사가 <짜장면뎐(傳)> 이라는 책으로 정리돼 나왔다.

마치 옛날 의인체 한문소설 같은 이 이색적인 제목의 책을 쓴 저자는 한양대에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강의하고 있는 양세욱(37) 연구교수. 누워서 벽에 걸린 중국 지도만 보고도 그 역사와 지리를 술술 풀어낼 만한 지역전문가지만 그가 중국음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2003년 베이징대학 유학 때라고 한다.

"언젠가 중국음식에 관한 책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베이징의 식당들을 순례했었다"는 양 교수는 "하지만 관심이 점차 중국음식을 한중교류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쪽으로 기울었고, 이내 '짜장면'이 시야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책은 '짜장면'이 주인공이지만, 그 외에도 한국과 중국의 중국음식, 화교와 차이나타운, 한중교류사와 근현대 생활문화사 같은 풍성한 얘깃거리들이 맛나게 비벼진 한 그릇의 자장면처럼 뒤섞여 있다.

언중(言衆)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자장면'이라는 표기 대신 '짜장면'으로 쓰는 게 옳다는 저자는 그 원류를 중국 베이징과 산둥 지역 사람들이 삶은 면에 각종 야채와 튀긴 토속면장을 얹어 비벼먹던 국수라고 밝힌다.

그럼 한국에선 언제 어디서 자장면이 처음으로 만들어졌을까. 저자는 1884년 제물포에 청나라의 조계지가 설정된 이래 산둥 출신 화교들이 '청관거리'를 형성했던 제물포와 한성(서울)의 중국음식점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한국 자장면의 효시로 알려진 인천 '공화춘'의 전설을 부정한다.

그는 "1905년 공화춘에서 짜장면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을 처음으로 만들어 팔았다는 얘기는 신화일 뿐"이라며 한양대 동아시아 건축역사연구실의 '공화춘 기록화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공화춘 완공 연도는 아무리 거슬러 잡아도 짜장면을 팔았다는 시점보다 늦은 1907년 이후"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장면의 토착화가 이루어진 계기로 '사자표춘장'의 등장을 꼽았다. 1948년에 '영화장유'라는 식품회사를 차린 산둥 출신 화교 왕송산씨가 한국 최초의 면장 제품인 '사자표춘장'에 캐러멜을 첨가한 1950년대 중반 이래 한국식 자장면의 "검은 유혹"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후 도시화, 고도성장시대를 지나며 값싸고, 맛있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삼천만의 외식 메뉴'가 된 자장면이 우리 생활과 문화 속에서 명멸했던 지난 시절의 추억을 이 책은 흥미롭게 짚어나가고 있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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