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월 17일 인민군 총참모부의'남북 전면 대결 태세 진입' 선언 이후 '말'을 통한 대남 위협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
1월 30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효화 선언으로 해상 충돌 긴장감을 높이고 2월 28일 비무장지대(DMZ) 남북공동관리구역 주변 육상 충돌 가능성을 경고한 데 이어 이번엔 동해 영공을 통과하는 민간 항공기 안전까지 위협했다.
북한이 '민간인 위협'이라는 레드 라인을 넘은 것은 "이제 남은 것은 행동 뿐"이라는 메시지로 해석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 위기 지수를 끌어 올리려는 북한의 의도대로다.
북한은 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에서 9일부터 20일까지 실시되는 한미 연례 군사 연습인 '키리졸브ㆍ독수리 연습'을 공세 대상으로 지칭했다. "전쟁연습 기일을 지난 해보다 두 배나 늘이고 훈련 내용을 더 도발적으로 바꾸었다" 등 구체적 '불만 내용'도 나타나 있다.
때문에 정부는 일단 "북한이 2일 북한_유엔 군 장성급 회담에서 키 리졸브 연습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6일 회담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5일 성명 수위가 과거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한 상투적 공세를 훨씬 넘어섰다는 것은 예사롭게 볼 대목이 아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통상적 엄포용 멘트가 아닌 것 같다"며 "구체적 행동을 전제로 깔고 행동을 감행할 명분을 쌓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조만간 군사 도발을 감행한 뒤 키 리졸브 등을 걸어 "남측이 도발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 갔다"고 주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건 없는 대화의 문은 지금도 열려 있다. 남북간 합의사항을 존중한다"(이명박 대통령 3ㆍ1절 경축사), "북한은 대남 비방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으로 나와야 한다. 조건 없는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4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 최근 들어 다소 유연해진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북한이 대번에 일축한 것도 그런 관측을 뒷받침 한다.
북한이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발사 준비 중인 장거리 미사일(인공 위성) 발사가 임박했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군 소식통은 "기술적으로 북한은 3월 중순이면 미사일 발사를 마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며 "동해상의 북한 영공 주변을 거론한 것은 키 리졸브 기간 중 동해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의도를 표시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사일 발사 임박 분위기를 흘림으로써 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 3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효과도 함께 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동해상 등의 북측 선박에 대한 항해 금지 통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사일과 연계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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