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트마 간디의 안경 등 유품을 경매에 내놓은 미국인 소장자가 돌연 "인도 정부가 군비예산을 줄이는 대신 국민복지 예산 증액을 추진한다면 예정된 경매를 취소하겠다"고 제의했다.
인도의 영자신문 타임스 오브 인디아 인터넷판은 5일 간디 유품 소장자인 제임스 오티스가 경매를 하루 앞둔 4일 뉴욕 주재 인도 총영사에게 '간디의 소유품에서 간디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인도 정부에 보내는 제안' 이라는 서한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면서 평화운동가이자 영화제작자로 활동 중인 오티스는 서한에서 "간디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간디 유품을 활용한 교육 이벤트를 78개국에서 벌이자"는 제안도 곁들였다. 78개국은 간디가 78년 동안 생존한 것에서 착안했다.
서한을 받은 인도 총영사관측은 오티스의 제안이 순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오티스는 이날 인도 정부 관계자들을 처음 만나 경매 시작가인 2만∼3만달러 보다 많은 액수의 돈을 요구했으나, 저녁에 이뤄진 두번째 만남에서는 태도를 바꿔 군비확장 취소 및 경매 중단을 제안했다고 총영사관은 전했다.
총영사관의 한 직원은 "인도 정부가 미국 정부에 요청, 경매 진행을 중단할 것을 우려해 오티스가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도 외부부는 이날 "오티스의 제의는 개인이 국가 예산 배분에 간섭하려는 것으로 인도 주권을 훼손하는 시도"라며 오티스의 제안을 거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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