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의 학자이자 충신인 포은 정몽주(1337~1392)가 과거시험 때 제출한 답안이 발견됐다.
도현철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5일 일본 호사(蓬左)문고에서 지난해 찾아낸 조선 전기 '책문(策文)'에 정몽주의 대책문(對策文)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책문은 답안을 의미하며, '책문'은 과거시험의 대책문들을 수록한 일종의 기출 문제집이다.
고려 공민왕 9년(1360)에 치러진 과거에 응시한 23세의 정몽주는 당시 빈번하게 국경을 넘어오던 홍건적에 대처하는 방안을 6쪽 분량의 글로 제시, 장원을 차지했다. 도 교수는 "정몽주는 대책문에서 강태공이나 제갈량처럼 문무 겸용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주나라 이전에는 문과 무가 일치했다.
문무를 함께 쓰는 것이 모든 왕이 따라야 할 대법이었다. 수, 당 등을 거치면서 이런 전통이 무너졌지만 이제는 전통을 복원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도 교수가 호사문고에서 발견한 '책문'은 94쪽 분량으로 고려 말부터 조선 중종 때까지의 과거시험 답안을 수록하고 있는데 정몽주 외에 이색(1328~1396), 이손(1439~1520) 등 고려 말 유학자와 조선 사림파 계열 문인 10여명의 글이 실려있다.
이규보(1168~1241), 최해(1287~1340) 등 고려 문신들의 과거시험 답안이 발견된 적은 있으나 정몽주의 답안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도 교수는 "조선시대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과거시험 기출문제집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책문집은 개인 사가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20일 한국중세사학회 주관으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정몽주의 대책문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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