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밤 서울 도봉구의 S관광호텔 지하1층 'S 미팅천국'. 10여개의 테이블이 놓인 70평 규모의 큰 홀에는 외국인 여성들과 남성 손님들이 너댓명씩 어울려 간단한 술이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외국인 여성들이 눈에 띈다는 것 외에는 일반 주점이나 카페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속내는 전혀 달랐다. 손님들이 차를 마신 뒤 곧바로 여성 한 명을 골라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위층 호텔 객실로 사라지는 것. 최근 등장한 속칭 '미팅방', '미팅'을 빙자한 성매매업소다.
관광호텔에서 '미팅방'을 운영하며 외국인 여성과 즉석만남을 갖게 한 뒤 성매매를 알선해 온 일당이 경찰에 처음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5일 이 가운데 김모(49)씨를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구속하고, 객실을 성매매 장소로 제공한 호텔 업주 송모(52)씨와 성매매 외국인 여성 15명, 성매수 남성 4명 등 모두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1월 8일부터 2월 23일까지 S관광호텔 지하에서 우즈베키스탄, 중국, 태국에서 온 여성 30여명을 고용해 유흥주점을 가장한 '미팅방'을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회당 13만~14만원씩 받은 뒤 1,000여 차례 성매매를 알선해 2억4,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단란주점이나 안마방 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관광호텔을 끼고있어 성매매 업소 분위기도 나지 않는 데다, 외국인 여성들을 고용해 단번에 소문이 퍼졌다"며 "심야에는 손님들이 1시간 이상 기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성매매 외국인 여성들은 한 달에 6,000달러를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꾐에 빠져 한국에 온 뒤 김씨 등에게 여권을 빼앗기고 외출이 금지된 채 성매매에 동원됐다. 이들은 이 호텔 5층에 갇혀 살면서 성매매를 거부할 경우 폭행을 당했고, 화대 대부분을 김씨 등에게 빼앗겼다.
경찰은 외국인 성매매 여성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강제출국토록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퇴폐이발소 등에 대한 성매매 단속이 강화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관광호텔을 성매매업소화하는 신종 수법이 등장한 것"이라며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업소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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